ITU 전권회의 3주간 대장정 마무리... 'ICT강국' 코리아 명성 재확인

2014-11-06 16:15
에볼라 발병국 관리와 홍보 미흡은 과제로 남아

[▲사진설명:박근혜 대통령이 전월 20일 오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2014 ITU 전권회의 개회식' 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 부산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의 대장정이 7일 마무리 된다.

지난 3주간 부산 벡스코를 축제의 장으로 달궜던 이번 전권회의에서 우리나라는 미래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을 위한 가시적인 성과를 일궈내 'ICT 강국'이라는 명성을 재확인했다.

◆ITU 가입 62년 만에 고위 선출직 배출

이번 전권회의에서 이룬 최대 성과로 한국인 최초로 ITU 고위직에 진출한 이재섭 카이스트 IT융합연구소 연구위원의 ITU 표준화총국장 당선이 꼽힌다.

ITU 5대 고위직 가운데 하나인 ITU 표준화총국장 진출은 62년 ITU 활동 역사에 기록될 만한 의미 있는 결과다. 특히 2006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박기식 전문위원이 도전했다가 낙방한 이래 8년에 걸친 한을 푼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외교부 및 제네바대표부 등 재외공관과 상호 긴밀한 협업을 통해 ITU 회원국을 상대로 선거 지지교섭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이러한 활동에 힘입어 지난달 24일 진행된 표준화 총국장 선거에서 총 투표수 169표 가운데 과반(85표)인 87표를 얻어 터키·튀니지 후보를 따돌리고 ITU 입성에 성공했다.

ITU 수장인 사무총장직에 중국인인 자오허우린 현 사무차장이 당선된 데 이어 표준화 총국장직도 한국인에게 돌아가 ITU 150년 역사상 처음으로 투표로 선출되는 ITU 5대 고위직에 두 명의 아시아인이 진출했다.

◆7연속 ITU 이사국 피선

이번 회의에서 우리나라는 ITU 이사국 7선에 성공하는 성과도 거뒀다.

지난달 27일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된 아시아지역 이사국 선출 투표(복수 지지 가능)에서 유효표 167표 가운데 140표를 얻어 2위로 당선됐다.

한국이 1989년 ITU 이사국에 처음 선출된 이후 7선까지 성공적으로 진출하게 된 것은 우리 ICT 전문가들의 노력과, ITU ICT 개발지수(IDI) 3년 연속 1위, UN전자정부 2년 연속 1위 등 세계적으로 ICT 강국의 면모를 확고히 해 온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ITU 표준화 총국장 당선에 이어 이사국 7선마저 달성해 글로벌 ICT 정책에 대한 영향력을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

총 48개 이사국으로 구성되는 이사회는 사무총장·차장이 주도하는 집행부 활동에 대한 감독, 예산 승인·결산 등 ITU 운영 전반에 관여한다.

◆한국 주도 결의안 3건 채택

우리나라가 제안한 의제 3건 모두 본회의 결의로 채택된 것도 괄목할만한 성과다.

우리나라가 전권회의에서 특정 의제를 선도한 것은 ITU 가입 이래 처음이다.

지난 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전권회의 본회의에서 '커넥트 2020'과 ICT 애플리케이션의 확산·이용을 위한 환경 조성' 의제가 회원국들의 지지 아래 각각 결의로 채택됐다.

우리나라가 제안하고 14개국이 공동 발의한 커넥트 2020은 △성장 △포용성 △지속성 △혁신·협력 등 4가지 가치 아래 모든 인류의 지속적인 성장·발전과 ICT로 연결된 정보사회 구축을 목표로 한다.

이 의제는 지난달 19일 부산에서 열린 ICT 장관회의에서 최양희 미래부 장관을 비롯해 50개국 장관들이 발표한 '부산 선언문'에 포함되기도 했다.

'ICT 애플리케이션의 확산·이용을 위한 환경 조성'은 정부가 애초 'ICT 융합'이라는 제목으로 제출한 의제로, 긴급·재난상황에서의 조기경보, 기후변화·환경보호, 전자의료 부문에서 ICT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취지다.

이 의제는 창조경제 개념을 세계적으로 전파하고자 정부가 전략적으로 발굴한 것으로, 아시아태평양지역 준비회의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아태 공동결의로 채택돼 전권회의에 제출됐다.

앞서 지난 3일 열린 ITU 전권회의 본회의에서는 우리나라가 주도해 만든 '사물인터넷(IoT) 촉진' 의제가 결의로 채택된 바 있다. 

◆ICT 강국의 면모 확인

ITU 전권회의에서 우리나라는 ICT 강국답게 2000명이 최대 4000개의 기기로 동시접속 할 수 있는 네트워크 환경을 구축해 '종이 없는(Paperless)' 스마트 회의장을 꾸려 호평을 받았다. 

더구나 우리 기업들이 협업해 최초로 국제회의에 100% 국산 장비로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하는 선도적 사례를 만들었다.

또 전 세계 ICT 정책 리더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우리의 현대 문화와 함께 ICT 비전을 소개했다.

첫 주에 개최된 국내 최대 ICT 전시회인 '월드 ICT 쇼'(WIS)와 수출상담회를 통해 전년대비 3배 증가한 3억 달러의 수출 상담 실적을 거뒀으며, 현장에서 3000만 달러의 수출계약도 성사됐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3주간 행사를 통해 직접 생산유발 효과만 고려해도 1300억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래부 관계자는 "이번 전권회의를 통해 우리나라의 성숙한 ICT 강국 이미지를 높이고, ICT 외교력도 한 단계 격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ITU 전권회의에서 에볼라 발병국 대표단 관리와 미래부 예산 삭감으로 인한 홍보 미흡은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ITU 전권회의 자문위원인 동의대학교 윤태환 교수는 "에볼라 발병국 대표단(기니)이 국내 입국 직후 자진 출국하면서 회의 분위기가 위축됐다"며 "반토막으로 삭감된 미래부 예산(158억원)으로 홍보가 미흡하다 보니 일부 시민의 무관심이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윤 교수는 "국제회의 후 성과 대비 경제적 실익이 무엇인가에 대한 과제가 남아있다"며 "회의 후 개최지에서 가질 수 있는 이점, 손에 잡히는 실익에 대해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