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2년 연속 1%대…"디플레 확산 우려"

2014-11-06 08:03

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1%대에 머무를 것으로 보여 디플레이션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세계 주요 경제권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0∼1%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6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를 기록해 4개월 만에 상승했다. 다만,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상승해 1999년(0.7%) 이후 1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기재부는 올해 남은 11월과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현재와 유사한 1%대 초반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재부의 전망대로라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3%에 이어 2년 연속 1%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0.8%로 떨어진 적은 있지만 2년 연속 1%대를 기록한 적은 처음이다.

일본을 '잃어버린 20년'으로 몰아넣었던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한층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소폭 반등했지만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1.8%에 그쳤다. 이는 지난 2월의 1.7%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물가 상승률이 낮다는 것은 공급 측 요인뿐만 아니라 수요도 부진하다는 의미다.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인 생산자물가의 하락세도 뚜렷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생산자물가 지수는 전월보다 0.4% 떨어진 105.24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생산자물가에서 서비스를 제외한 상품 생산자물가 지수 또한 2012년 6월 이후 28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다른 국가보다도 낮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9월까지 10개월째 일본과 미국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해 9월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로 같은 달 일본의 3.2%보다 2.1% 포인트 낮아 사상 최고의 격차를 보였다.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1985년 4월(한국 1.5%, 일본 2.0%) 이후 단 한 차례도 일본보다 낮은 적이 없었으나 지난해 9월부터 상황이 역전됐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디플레이션 우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1.9%)과 8월(1.8%) 2개월 연속 1%대에 머물렀다. 유럽연합(EU)은 9월(0.4%)까지 9개월 연속 0%대를 기록했다. EU의 물가 상승률은 지난 6월 이후 둔화하고 있다.

영국은 9개월째 1%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록 중이며, 독일은 3개월째, 프랑스는 7개월째 0%대 물가상승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제 회복세를 보이는 미국도 8월과 9월에 각각 1.7%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였다. 경제 성장률이 7%를 훨씬 넘는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9월에 1.6%에 그쳐 5개월 만에 다시 1%대로 떨어졌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에도 미약한 경기 회복세와 원화 강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저물가의 장기화가 우려된다"면서 "공급 측면에서 환율의 안정적인 관리가 필요하고 수요 측면에서 내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