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 4200여가구, 계량기 고장·훼손으로 난방비 ‘0원’

2014-11-05 16:14
이노근 “정확한 실태 파악해야”, 국토부 “필요 조치 할 것”

[자료=이노근 의원실]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배우 김부선이 제기하며 논란이 일었던 아파트 관리비 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적지 않은 아파트 단지에서 난방비를 내지 않은 사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난방을 하고도 계량기를 고의로 훼손했거나 고장 등으로 난방비가 부과되지 않은 것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아파트 난방비 전수조사를 한 결과 471개 단지 32만9252가구 중 2만5917가구(8%)가 0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전기장판 사용 등으로 난방을 이용하지 않는 곳이 1만5305가구(59%)로 가장 많았고 미입주 등 4736가구(18.3%), 계량기 고장 4234가구(16.3%), 여행·해외출장 등 991가구(3.8%), 계량기 훼손 36가구(0.1%), 기타 615가구(2.4%) 등의 순이었다.

경기도의 경우 278개 단지 18만8280가구 중 6%인 1만1573가구의 지난 겨울 난방비가 0원이었다. 계량기 고장이 4분의1가량인 3037가구(26%)다. 이노근 의원은 “278개 아파트 단지 중 무려 180개 단지에서 계량기 고장으로 난방비 0원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고양시 A단지는 1391가구 중 532가구(38%)가 지난 겨울 아파트 난방비를 한 푼도 내지 않았고 이 중 144가구는 계량기 고장 때문으로 나타났다. 파주시 B단지도 644가구 중 80가구(12%)가 난방비 0원이었으며 이 중 78가구 계량기기가 고장났다.

서울은 40개 단지 3만4459가구 중 1346가구(4%)가 난방비를 내지 않았다. 이 중 계량기 고장은 325가구(24%)다. 마포구 C단지는 1424가구 중 143가구(10%)가 계량기 고장으로 난방비를 내지 않았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D단지의 경우 509가구 중 38가구의 난방비가 0원이며 이 중 30가구가 고의로 계량기를 훼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노근 의원은 “전국 4234가구가 계량기 고장으로 난방비 0원”이라며 “아파트 난방비는 국민 관심 사안인 만큼 정확한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지난 겨울 4개월간 한 달이라도 0원 가구가 있는 단지는 425개 단지 30만1026가구로 실제 0원은 2만3551가구(7.8%), 계량기 고장 또는 훼손은 3798가구(1%)였다고 설명했다. 이는 한 달이라도 0원인 가구가 있었던 단지 통계로, 조사 단지 중 0원 가구가 전혀 없는 단지도 다수 있어 전국 공동주택 중 실제 0원 가구수 비율은 이보다 낮을 것으로 추정했다.

계량기 고장은 대부분 교체 또는 수리된 것으로 파악되지만 일부 교체·수리되지 않은 계량기는 즉시 교체·수리토록 하고 계량기 훼손은 추가 사실 확인을 거칠 계획이다. 이 경우 부과되지 않은 난방비는 관리규약에 따라 동일 면적 가구 평균 난방비, 전년 동월 난방비 적용을 유도키로 했다.

국토부 주택건설공급과 관계자는 “조속히 난방 계량기 전수조사를 완료한 후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거쳐 제도 미비점이 있는지 살펴보고 필요 시 제도 보완을 강구할 예정”이라며 “계량기 고장 문제는 ‘계량에 관한 법률’ 소관부처인 산업부와 협의해 필요한 보완 조치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