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4강 리더십④] 푸틴의 ‘마이웨이 리더십’, 위대한 러시아 재건을 꿈꾸다

2014-11-05 19:30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21세기 표트르 대제', 현대판 '차르(황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항상 따라붙는 수식어다. 벼랑 끝 위기의 러시아를 구한 영웅인 동시에 반민주적 독재자라는 양면적 이미지를 만들어낸 그의 리더십이 과거 제정 러시아 황제와 많이 닮아있다는 의미에서다.

푸틴은 권좌에 오른 이후 늙은 사회주의 대륙 러시아를 옛 소련의 영광을 재현할 신형 러시아로 재건하기 시작, 단기간에 러시아를 세계의 정상급 위치로 올려놓는 데 성공한다.

여기에는 '위대한 러시아' 재건을 모토로 한 푸틴의 통치방식인 '푸티니즘'과 외부의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는 푸틴의 '마이웨이'식 리더십이 깔려 있다.

지난 2000년 푸틴시대 서막과 함께 그는 '통합·설득의 리더십'으로 국론통합을 실현하며, 푸틴식 러시아 조성의 기반을 닦았다. 

또 경제위기가 호출한 '실용주의 리더십'을 통해 위기의 러시아를 기회의 러시아로, 혼란의 러시아를 안정의 러시아로 변화시키며 절대적 지도자의 면모를 갖춰간다. 서방의 반대를 무릅쓰고 에너지 산업의 국유화를 추진, 러시아가 유럽과 미국에 맞설 강력한 힘을 지닌 국가로 인식될 수 있는 분기점을 마련한다.

이후 푸틴은 옛 소련제국의 부흥과 미·소 양강시대로의 복귀라는 야욕을 키우면서 강력한 기동력의 '불도저식 리더십'을 본격적으로 드러낸다.

무명의 구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중령이었던 푸틴이 크렘린 궁의 두 번째 주인으로 올라서는 데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 것 또한 체첸사태에서 발휘된 적극적이고 과감한 리더십 때문이었다.

그의 이 같은 저돌적 리더십은 올해 3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공화국과의 합병 성사를 통해 진가를 드러낸다. 이는 친(親)서방 정권과 서방을 견제하기 위해 '크림반도'라는 카드를 활용만 할 뿐 실제 합병까지 가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허를 찌르는 선제공격이었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를 이유로 유럽연합(EU)이 경제제재를 통해 러시아를 압박하고 나섰을 때도 푸틴은 과감한 군사개입을 추진, 결국 러시아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했다.

그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대부분의 국민들은 80%가 넘는 높은 지지율로 화답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민주주의의 퇴보에 따른 제국주의 망령의 부활로 해석하며 전 세계를 신(新) 냉전의 공포로 몰아간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드러난 그의 '반(反)서방 민족주의 리더십'은 그를 대외적 비난의 시험대에 올리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다.

러시아는 과거의 영향력을 거의 확보했다. 러시아의 중산층은 10년 전보다 확대됐고, 국제적 위상 또한 크게 확대됐다. 하지만, 군사력과 경제력 등 물리적 힘을 기반으로 한 하드파워만을 부각시키고 있는 그의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 세계는 정치·경제를 책임지고 조율할 뚜렷한 1등 리더의 부재를 의미하는 'G0(제로)'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 같은 '글로벌 리더십의 진공상태' 속에서는 군사력과 경제력이 아닌 상대방을 통섭하는 문화적 가치의 소프트파워가 더욱 위력을 발휘한다. 

"푸틴은 한 발의 총탄을 자신을 위해 남겨 놓았다. 그러나 이것을 사용할지에 대해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는 말은 국제적 고립의 위기를 인식하지 못한 채 군사력 강화, 영토분쟁 등에만 몰두하고 있는 푸틴의 명과 암을 함축적으로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