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최초냐 최고냐 그것이 문제로다'
2014-11-04 11:47
지난 3일 ‘테크플래닛 2014’에서 삼성 기어 앱 개발자 설명회를 진행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구매는 많지 않다”며 “기기 최적화를 지원하는 ‘킬러앱’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설명회 끝 무렵 ‘더 좋기보다는 최초가 되는 편이 낫다’는 마케팅 전략회사 라이즈&라이즈의 앨 라이즈 회장의 마케팅 법칙을 소개하며 개발자들에게 “시작해 달라”고 당부했다.
삼성전자가 다수 웨어러블 기어 시리즈를 출시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아직 초기단계인 생태계 활성화의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엘 라이즈 법칙은 대서양을 최초로 건넌 사람은 시장에서 기억해주지만 두 번째, 세 번째로 더 잘 건넌 사람은 기억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기술에 대해선 의미가 크지만 상품의 경우 소비자 소비 패턴을 충분히 파악하고 진출하는 것이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이 그동안 앨 라이즈 법칙에 가까웠다면, 라이벌인 애플은 이와 가장 대조적인 성향을 보인다. 애플은 전통적으로 시장이 무르익으면 진출해 기존 시장에서 최적화된 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스마트워치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기어 시리즈와 LG전자 G워치 등 다양한 안드로이드 웨어가 이미 출시됐는데도 애플의 대응이 지나치게 늦다는 반응이 나온다.
애플의 첫 스마트워치 ‘애플 워치’는 중국 춘절이 지난 다음에서야 출시될 것으로 전망됐다. 애플 안젤라 아렌츠 부사장이 “신년 연휴와 중국 춘절을 지나서 내년 봄에 새로운 워치를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춘절은 2월 19일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애플 워치 출시일은 2월 말이나 3월 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의 이같은 늑장대응에 혁신이 뒤처진다는 비판도 있지만 뒤처진 것이 꼭 나쁘지 않다는 점을 최근 아이폰6가 증명하고 있다. 아이폰6는 삼성이 먼저 도입한 대화면을 뒤늦게 적용했지만 시장에서 호평을 받으며 예상을 훨씬 웃도는 판매량을 달성 중이다.
모바일 부진에 빠진 삼성전자도 최근엔 전략을 수정했다. 하이엔드는 계속 혁신을 추진하되 중저가는 시장 맞춤형 제품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일례로 조만간 출시될 갤럭시A 시리즈들은 디스플레이 등 기본 사양을 낮춘 대신 전면 카메라 성능을 강화했다. 중국 등 ‘셀카 열풍’을 겨냥해 전략적인 다운그레이드를 실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다운그레이드 전략은 신흥 개도국 소비자가 원하는 필수적인 기능을 찾아 강화하고 비용대비 효용이 떨어지는 부가기능은 과감히 제거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즉, 삼성이 하이엔드와 중저가 제품을 구분해 각각 기술 혁신과 최적화의 양면 전략을 구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 시장 전문가는 “국내 기업은 세계 최초의 전략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미 국내 기업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져 있는 만큼 최초 출시의 전략과 함께 더 개선된 품질과 제품으로 시장을 장악하는 전략도 펼친다면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