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아트톡]도널드 저드 아들 "박스작품 어떻게 봐야하냐고요? 보이는 그대로가 답니다"
2014-10-30 16:50
20세기 대표 미니멀리즘 작가..국제갤러리 70~90년대 대표작품 14점 전시
가장 미국적인 작가 도널드 저드(1928∼1994)의 아들 플래빈 저드(47)는 '기억된 아버지'의 모습을 끄집어냈다. 그의 아버지 도널드 저드는 20세기 대표 미니멀리즘 작가로 분류된다. 하지만 아들은 "아버지는 그렇게 정해지는 걸 거부했었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추상적으로 물질을 표현하기보다 외부 세계 자체를 표현하는 방식을 사용했어요. '미니멀리즘'이라는 용어로 자신의 작품 세계가 한정되거나 규정지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가져었죠."
아들 플래빈 저드는 "저드는 다른 사물을 상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존재하는 오브제를 만들고자 했다"며 '미니멀리즘 작가'로 불린다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해 '맥시멀리스트'라고 강조했었다"고 설명했다.
'이상하다'는 단어에도 배울게 있다고 자식들을 조언한 그는 '열린 사람'이었다. 원래 회화를 했던 저드는 당시 마크로스코등 추상표현주의에 영향을 받았다. 60년대 초부터 회화에서 입체로 돌아섰다.
철학을 전공한 그는 그림을 그리며 각종 잡지에 아트칼럼니스트로 비평글을 썼다. 저드는 "왜 추상표현주의가 평면에만 갇혀있어야하는가"가 의문이었다.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철학과 미술사를 공부한 작가는 1940년대 회화로 미술을 시작했지만 1950년대 말 당시 회화의 관행에 반기를 들고 1960년대 초부터 3차원의 오브제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길에서 주워온 나무박스로 시작됐다. 평면에서 입체로 변한 작품을 1963년 전시에 첫 선을 보였다. 국제갤러리 3관에 전시된 빨간 나무박스가 초기작의 원조다. 두면만 막힌채 위 아래가 뚫려 '열려있는 공간'을 보여준다. 이는 사각의 박스로 단단하게 규정된 이후 작품과는 다른 형태다.
나무에서 금속으로 소재가 이어졌다. 철강, 콘크리트 플럭시글라스와 알루미늄등 산업자재를 사용했다. 당시 추상표현주의, 미니멀리즘은 동양에서도 대세였다. 차이가 있다면, 미국작가들이 산업자재를 사용했다면, 동양작가들은 돌 등 자연소재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반면 '엄격한 절제'는 서양과 동양의 차이가 없다.
세계대전 전후 시대의 가장 영향력있는 작가인 저드는 재료와 기술로부터, 형태, 반복과 색채에 이르기까지 오브제 제작의 모든 측면이 엄격하게 탐구되어 명확하게 표현된 '특정한 사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완벽하고 세련된 오브제를 만들고자 재료에 대한 전문 지식을 지닌 전문 제작자들을 적극 활용했다.
색칠로만 장식된 지극히 단순한 박스 형태의 입체 작품이 전시장 곳곳에 놓이고 걸렸다.
국제갤러리신관 2관괴 3관에서 그의 작품 시기 중 백미라고 할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작품 14점을 소개한다. 이번 전시에는 둘로 나뉜 알루미늄 튜브를 얹은 빨간 상자 형태의 1991년 작품과 다양한 색깔로 내부를 채운 코텐스틸(cor-ten steel) 작품(1992년작), 투명한 보라색으로 도금 처리된 알루미늄으로 만든 길이 6.4m의 작품(1970년작) 등이 소개된다.
아들 플래빈 저드는 "아버지는 '미니멀리스트'가 아니라 가구, 건물 등 삶 전체를 아우르는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며 "작품이 설치되는 공간도 작품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자연채광이 있는 국제갤러리전시장과 작품이 어울려 기분이 좋다"고 했다.
치장없는 간결성때문에 감상자는 복잡하다. 전시장에 툭툭 놓여진 사각박스. 어떻게 봐야할까.
질문을 받은 아들 플래빈 저드는 좀 뜸을 들였다. "나도 잘 모르겠어요. 여기있는 작품이 모두 중요한거든요. '사각형'이다 말고는 해석할 여지가 없어요. 보는 그대로 보면 됩니다. 아버지는 해석하거나 추론할 필요없이 '오브제 그 자체로 보이는 그대로 이해가 되는 작품을 한 겁니다. 하하." 전시는 11월 30일까지.(02)735-8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