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챔피언에 구멍 '숭숭', 정부는 책임 대신 "재정립"
2014-10-30 15:54
박근혜 정부의 기술금융에 대해서도 우려.
아주경제 김부원·강규혁 기자 = 한때 유망기업으로 촉망받으며 정부와 은행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던 가전업체 모뉴엘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히든챔피언' 제도의 부실 운영에 대한 우려와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모뉴엘 외에 히든챔피언 대상 기업 중 상당수가 부실 위험을 떠안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정부는 이번 모뉴엘 사태를 의식한 듯 서둘러 히든챔피언 재정립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정부의 부실한 중소기업 지원 및 관리는 지속적으로 문제가 될 전망이다. 더불어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술금융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모뉴엘 사태와 기술금융에 대한 '선 긋기'에 나섰다.
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논의한 '한국형 히든챔피언 육성 대책'을 30일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우선 히든챔피언의 개념을 재정립하고, 장기적인 지원과 단기 처방을 병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사업 초기 단계부터 글로벌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돕고 인재 육성에도 본격 나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가 이같은 히든챔피언 육성 방안을 현 시점에서 발표한 것은 모뉴엘 사태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미 사태는 일파만파로 확산중이며, 자금을 지원했던 금융권과 일부 공기업들이 사실상 모뉴엘 사태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할 처지가 됐다.
모뉴엘이 시중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금액은 6100억원에 달한다. 기업은행 1470억원, 산업은행 1165억원, 외환은행 1100억원, 국민은행 760억원, 농협은행 740억원 등이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이중 3300억원 이상의 보증을 선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 큰 문제는 모뉴엘 뿐만 아니라 다른 히든챔피언 기업 중에서도 부실 위험이 있는 곳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히든챔피언 267개 기업 중 34.8%에 달하는 93개 기업이 선정 전보다 매출이 하락했다. 선정 1년 전 대비 총 매출액이 약 3조원(20.02%)이나 급락한 것이다.
또 매출 외에 수출액이 하락한 곳은 89개(20.6%)이며, 이들은 선정 1년 전 대비 수출액이 약 2조원(23.07%) 감소했다. 수출과 매출이 동시 하락한 기업은 79개(24.4%)에 달했다.
모뉴엘 사태로 촉발된 히든챔피언 제도의 부실이 현 정부가 집중적으로 추진하는 기술금융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실제로 정부가 기술금융 추진에 처음 의지를 내비쳤을 때부터 부실 위험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금융권에서 쏟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는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모뉴엘 사태와 기술금융에는 연관성이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기술금융과 관련해 모뉴엘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데 기술금융과는 큰 관계가 없다"며 "모뉴엘 사태는 세관과 무역, 보험, 은행 등 관련 기관이 상호 점검해야 하는 부분을 미흡하게 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모뉴엘이 과거 히든챔피언으로 지정됐다는 점에서 기술금융과 비교되는데, 기술금융은 은행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의 역량평가를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 객관적이고 심층적으로 받는 것"이라며 "기술금융 관행이 정착되면 여신심사를 더 철저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