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출신 교수들이 정책연구과제 도맡아”
2014-10-27 09:54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교육부에서 퇴직한 공무원들이 대학이나 산하기관으로 대거 취업한 사실이 알려져 교육부에서도 관피아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교육부 출신 국립대 및 사립대 교수들 상당수가 교육부 연구용역을 맡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은혜 의원(새정치연합)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08년 이후 퇴직한 교육부 공무원들의 재취업 현황’을 살펴본 결과 53명이 국립대 및 사립대 총장‧교수, 산하기관의 임원 또는 주요간부로 취직하여 재직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중 대학 총장 및 산하기관 임‧직원 등을 제외하고 교수 및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사람은 24명으로, ‘2010년 이후 교육부 정책연구과제’와 대조해본 결과 12명이 33건의 연구 과제를 맡아온 것으로 파악됐다고 27일 밝혔다.
2010년 이후 교육부 연구과제가 315건인 것을 감안하면 10.5%에 달하는 과제를 이들 12명이 맡아온 것이다.
연구책임자를 맡은 경우도 15건이나 됐고 나머지는 공동연구자로 참여했다.
교육부 출신 교수들이 맡은 33건의 연구용역은 최저 2000만원에서 최고 1억원까지로 평균 3800만원가량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교육부 출신 교수들이 맡은 연구용역은 ‘대학구조개혁’, ‘국립대 교원 성과급’, ‘학교자율화’, ‘교원 성과상여금’, ‘기간제 교원’, ‘교육국제화 특구’, ‘외국어고 및 국제고‧국제중’ 등 논란이 많은 정책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이들은 ‘선행교육 방지’, ‘인성교육’, ‘지방거점대학 육성 및 특성화’ 등과 같이 현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이나 ‘교육부 조직 발전’ 등 교육부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정책도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대학구조개혁과 관련해 교육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대학구조개혁 추진방안 연구’를 정책연구과제로 외부 용역을 맡긴 가운데, 연구책임자는 교육부 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청와대 교육비서관실을 거쳐 2010년 성균관대 교수로 임용된 B교수였다.
공동연구자 3인 중에는 역시 2009년에 교육부를 나와 한국교원대에 임용된 W교수도 포함됐다.
국립대 교수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국립대 교원 성과급적 연봉제’와 관련해서도 2011년 교육부는 외부에 정책연구과제를 맡겼고, 연구책임자는 교육부 출신의 고려대 B교수였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외국어고, 국제고, 국제중에 대한 운영 평가지표를 개발하기 위해 외부에 정책과제연구를 맡겼고, 이 과제도 교육부를 나와 2012년에 이화여대 교수가 된 J교수가 연구책임자를 맡았다.
교육부는 지난해 10월에는 ‘초‧중‧고 학생 교육정보화 지원사업 성과 분석 및 제도개선 방안 연구’를 외부 정책연구과제로 맡겼고, 건양대 교수가 연구책임자를 맡고 공동연구자로 같은 대학 K교수와 C씨 등 2인이 이름을 올렸는데 이들 모두 교육부 출신 인사다.
공동연구자인 건양대 K교수는 2012년 3월 30일 교육부를 퇴직하고 4월 1일 건양대로 재취업한 인물로, 교육부에 근무하는 내내 교육정보화 업무를 담당하고 주무과장을 맡았다.
자신이 담당했던 정책에 대한 ‘성과 분석’을 교수가 돼 맡은 셈으로, 교육부를 퇴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와 같은 연구용역을 맡은 점도 이례적이라고 유 의원실은 지적했다.
교육부에서 정책홍보관리실장과 서울교육청 부교육감을 지내고 2010년 3월 퇴직해 같은 달 대학에 임용된 K교수는 2010년 10월 책임연구원으로 연구용역을 맡았고, 교육부 서기관에서 청와대 행정관으로 전출돼 근무하다 2010년 3월에 퇴직한 B교수도 같은 해 7월에 곧바로 책임연구원으로 교육부 정책연구과제를 맡았다.
이 교수는 2010년에 퇴직한 뒤 임용돼 지난해까지 4건의 교육부 연구용역을 맡았다.
2012년 3월 교육부를 퇴직한 날 바로 서울 유명대학에 교수로 임용된 J교수는 2년 만에 책임연구원 및 공동연구자로 교육부 정책연구과제를 5건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교수로 임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학회에서의 활동도 왕성하다.
2010년 3월에 퇴직한 K교수는 KCI급 학술지를 발간하는 한국교원교육학회 부회장과 한국교육행정학회 선임직 위원도 겸하고 있다.
2012년 교육부에서 퇴직하여 교수가 된 J교수도 한국교육행정학회 선임직 위원을 맡고 있다.
2009년 퇴직해 교수로 임용된 J교수도 2012년에 이미 한국비교교육학회 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교육부 출신 교수들은 교육부의 각종 위원회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해외 한국교육원 원장으로 파견나간 교육부 공무원들이 잇따라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해외 한국교육원 원장은 교육부 소속 공무원을 비롯해 초‧중‧고 교원이나 교육청 소속 공무원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선발 공모에 참여할 수 있다.
교육부 소속 공무원이 공모에서 선발된 경우에는 공모심사위원회에 교육부 출신 교수들이 ‘전문가’의 자격으로 심사위원으로 참여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2011년 7월 교육부 연구관이 타슈켄트 한국교육원 원장으로 선발된 공모에는 교육부 출신의 성균관대 B교수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고, 2012년 뉴질랜드 한국교육원장 개방형 공모에는 상명대 J교수 등 교육부 출신 교수가 두 명이나 포함됐다.
지난해 뉴질랜드 한국교육원장 개방형 공모에서도 교육부 소속 서기관이 원장으로 선발된 가운데 이 당시에도 교육부 출신 상명대 J교수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고, 역시 교육부 소속 서기관이 선발된 지난 6월 시카고 해외교육원장 선발 공모에도 교육부 출신 이화여대 J교수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유은혜 의원은 “교육부에서 퇴직한 공무원이 곧바로 교수로 임용되는 것도 문제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 교육부 공무원으로 일했던 이들이 교수가 돼 교육부가 발주하는 정책연구과제를 맡고 그 연구 결과가 교육부의 정책을 뒷받침하고 있다면 다른 학자들이나 교육정책 수요자인 일반 국민이 교육부의 정책에 신뢰를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객관적이고 엄정하게 추진돼야 할 교육부의 정책 연구 및 심의과정에 교육부 출신 교수를 참여시키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2008년 이전에 퇴직해 교수로 임용된 경우까지 포함하면 이들이 교육정책에 관여하고 있는 현상은 훨씬 심각할 수 있어 이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교육부 연구과제 및 각종 위원회 참여를 일정 부분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