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모석봉 기자 = '한국전쟁 민간인희생자 충북연합'(이하 충북연합)은 지난 23일 오전 11시 충북도청 정문에서 한국전쟁 민간인희생자 유해 발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한국전쟁 민간인희생자 유가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충북도내 4곳의 유해 암매장지에 묻혀 있는 유해 350여구를 전면 발굴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박만순 충북역사문화연대 대표와 노용석 전 진실화해위원회 유해발굴팀장, 이제관 한국전쟁 충북연합 회장, 청주·청원지역 민간인 희생자 유가족 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지난 8월부터 충북도에 유해발굴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지만 이시종 충북지사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며 기자회견을 마친후 유해와 유품을 가슴에 안고 이시종 지사를 만나기 위해 도청 집무실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도청 현관 1층계단에서 유가족들이 도지사 면담을 요청하며 도지사실로 향하자 충북도 관계자들이 이를 제지하자 유가족들이 언성을 높이며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현관에서 30여분 정도 시위를 벌이다 박만순 충북역사문화연대 대표외 1명이 도지사실을 방문하는것으로 결론을 내고 도지사실을 방문했으나 도시자는 외부출장으로인해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가지 성과라면 충북도 자치행정과장이 늦어도 다음달 10일까지는 이시종 지사를 면담하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것으로 이들은 이 말을 듣고 발걸음을 돌렸다.
충북연합은 "한국전쟁을 전·후로 충북도내에서 약 8000여명의 민간인이 희생됐다" 면서 "희생자들은 국민보도연맹원, 형무소재소자, 부역혐의자, 우익단체 간부 및 군·경 가족, 피난민과 주민들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희생자 중 일부는 가족에 의해 시신을 수습했으나, 적지 않은 수의 시신은 학살 장소의 불명확함과 집단학살로 개별적 수습이 불가능 했다"며 "전쟁 당시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유가족들은 평생 마음의 한을 갖고 살아왔다. 희생자의 안식과 유가족의 눈물을 씻어주기 위해, 더 나아가 시민화합을 위해서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은 반드시 이루어져야한다"고 호소했다.

충북연합은 유해발굴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로 대한민국 정부는 국군전사자 발굴과 더불어 UN군, 중공군, 북한국 유해발굴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고 국적을 떠나 군인전사자 유해발굴이 소중하듯이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전면적인 유해발굴은 인권회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충북연합은 “진실화해위원회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유해발굴을 추진하고, 2010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지속적인 유해발굴을 권고했다. 그렇기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시민화합, 인권회복의 관점에서 민간인희생자 유해발굴을 시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유해 발굴 대상지는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선정한 우선 발굴 대상지 6개소 중 미 발굴된 4개소에 대한 전면적인 유해발굴을 실시할 것과 발굴가능성이 있는 3개소에 대한 추가조사를 통해 유해 발굴 실시 여부를 결정하라고 주장했다.

또 유해 발굴단 구성과 관련해선 충북지역 유해발굴은 충북도, 유족회, 학계가 공동으로 참가하고 유해발굴은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진행한 방식에 준해서 실시해야한다며 충북도는 이미 유해가 매장돼 있는 것이 확인된 보은군 내북면 아곡리에 대한 즉각적인 발굴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청주청원보도연맹유족회는 지난 6월 23일 6·25 한국전쟁 당시(1950년 7월10일) 군경에 학살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청주청원지역 보도연맹원 150여명이 집단학살돼 암매장된 보은군 내북면 아곡리 15번지에서 64년여간 땅속에 묻혀있던 보도연맹 사건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유해발굴을 실시한바 있다.

이날 유해 발굴에 나선지 20여 분만에 사람의 대퇴부 뼈로 추정되는 20여점을 발굴했고, 당시 국민들이 애용하던 고무신 등의 생활용품도 발견됐다. 하지만 발굴을 계속할 경우 유해가 훼손될 요지가 있어 현재 중지한 상태다.

특히 아곡리에서 학살된 보도연맹원들에게는 '속리산을 구경시켜 줄 테니 음식을 싸갖고 오라'는 등의 말로 현혹해 유인 집단학살 매장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충북에서는 보도연맹학살과 관련해 청원군 분터골 학살 장소는 발굴됐지만, 발국된 유해들을 모실곳이 없어 현재 충북대 유해 안치소의 차가운 바닥에 안치돼있으며, 지난 2009년이후 학살매장 장소에 대한 고증은 있으나 발굴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다음은 박만순 충북역사문화연대 대표와의 인터뷰 내용

◆ 참여정부시절 2005년 5월 30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이 제정돼 같은해 12월1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출범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와 현 박근혜 정부는 왜 유해발굴사업을 중단했는지?

2005년 출범한 진실화해위원회는 만 5년간의 조사를 통해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국민보도연맹사건을 포함한 민간인학살사건은 전시라 하더라도 합법적인 법률과 절차를 뛰어넘은 것으로 전쟁범죄로 규정됐고, 반인권적 행위였음이 드러났다. 진실화해위원회는 활동을 종료하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국가의 사과’, ‘위령제 및 유해발굴 지원’, ‘인권교육 실시’등을 권고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이 권고사항을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 특히 유해발굴 사업과 관련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일부 예산상의 문제를 핑계 대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국군전사자 유해발굴과 더불어, 북한군·중공군·UN군 전사자 발굴은 진행하고 있다. 유해발굴과 관련해 일관성과 자기 철학이 없는 것이다.

유해발굴과 관련해서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과거사 진상규명과 유해발굴의 문제를 기존의 낡은 이념대립과 남북갈등의 시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진실화해위원회의 후속기관으로 ‘과거사재단’을 설립하지 않음으로써, 지속적인 진상규명과 유해발굴을 추진할 제도적 틀이 부재한 것이다. 충북도 역시 지난 10여년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사업을 철저히 외면해왔습니다.

◆ 진실화해위원회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위령사업지원과 유해발굴을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자자체는 왜 중단해야만 했는지?

위령사업과 유해발굴에 대한 지자체의 지원은 각 지자체마다 차이가 있다. 유해발굴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충남 공주 상왕동 유해발굴을 지원한 것이 유일하다. 경남 진주시는 민간인 유해를 이장하는 비용을 지원했다. 하지만 이외의 지자체는 한국전쟁기 민간인희생자 유해발굴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위령사업에 대한 지원은 전국의 여러 지자체에서 그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충북의 경우 단양군, 충주시, 보은군, 괴산군 등이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광역자치단체인 충북도는 위령사업에 대해 일체 지원이 없다.

이는 과거사 진상규명문제와 추모 사업에 대한 충북도의 인식이 결여돼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역사와 진실을 외면하는 충청북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 한국전쟁 충북연합이 지난 8월18일 충북도내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지 4곳에 대한 유해 발굴 실시를 요청하기 위해 이시종 충북도지사 면담을 신청했습니다. 지금까지 면담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이시종 충북도지사의 과거사 인식과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이미 지난 2007년~2008년 충북 청원 분터골을 발굴해 336점이 드러났다. 또한 올해 6월 23일 보은군 내북면 아곡리를 일부 발굴해 유해·유품 20점이 드러났다. 즉 역사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

충북도내에 이러한 역사적 아품의 현장이 확인된 이상, 충북도지사는 이를 해결하고 역사와의 화해와 도민화합을 추진 해야만한다. 하지만 면담 신청한 지 2개월이 지나도록 묵묵부답이다. 힘없는 유족들이 지쳐 떨어져 나가기만을 바라는 것인가 의구심이 들 뿐이다.

◆ 6.25 전쟁 발발직후 대한민국 군경에 의해 전국의 국민보도연맹원 약 20만명이집단학살된 것으로 알고 있다. 청주·청원지역도 1950년 7월5일~10일까지 약 1500명의 집단학살이 이뤄졌다. 보도연맹의 실체에 대해 말해 달라.

국민보도연맹은 정부에서 조직한 반공단체이다. 즉 과거 좌익활동 전력자들을 전향시켜 대한민국 국민으로 적극 포섭하겠다고 출범한 단체이다. 단체의 목적과 강령은 ‘대한민국 절대지지’, ‘김일성 반대’, ‘남로당 반대’였다. 보도연맹원들에게는 대한민국에 충성을 다하겠다는 서약문을 받기도 했다. 전쟁을 경험한 많은 분들이 국민보도연맹=좌익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이는 완전한 역사의 왜곡이다. ‘북한으로부터 보호하겠다’고 만든 국민보도연맹 구성원을 집단학살한 것은 대한민국 역사의 최대비극이라 할 수 있다.

◆ 청주·청원 보도연맹유족회의 정부 및 지자체를 상대로 어떠한 대응책과 향후 계획이 있다면?

과거사법 개정을 통한 지속적인 과거사진상규명 작업이 이뤄져야한다. 정부는 2005년 진실화해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2005년 12월1일부터 2006년 11월 30일까지 1회에 한해서만 피해자 및 유가족들로부터 ‘진실규명신청서’접수를 받았다.

하지만 유사사건인 광주민주화운동, 거창양민학살, 제주 4.3사건, 노근리사건에 대해서는 2~3차례의 접수기회를 제공했다. 즉 국회에서 과거사법개정을 통해 미신청자에 대한 추가접수로, 지속적인 진실규명 사업이 이뤄져야한다. 충북도내 유족회는 전국유족회 및 시민단체와 함께 법개정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앞으로 충북도가 도내의 유해매장지에 대한 발굴을 시행하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다 

또한 2010년 진실화해위원회가 정부와 지자체에 권고한 사항 ‘국가의 사과’, ‘위령제 및 유해발굴 지원’, ‘인권교육 실시’, ‘호적정정’등의 일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다음은 노용석 전 진실화해위원회 유해발굴팀장과의 인터뷰 내용

◆ 유해발굴팀장으로 활동하셨는데 그 과정에 대해 이야기 해달라
 
진실화해위원회가 설립 되고 나서 유해발굴을 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발굴대상을 정해서 충북 같은 경우는 두 곳을 했다. 분터골과 재경골을 했고 그 과정에서 총책을 맡아 진행했다.

◆ 충북지역 미 발굴된 4곳에 대한 방향과 향후 어떻게 추진되는지?

지금 한국에서 과거청산의 문제는 2010년도에 진실화해위원회가 종료되고 나면서 거의 중단되고 있는 상태이다.왜냐하면 과거청산이 정파의 전유물로 보이는 경우가 있다. 정치적 역학관계가 어떻게 되느냐 따라 과거청산이 됐다 안됐다 하는 문제가 있다.

사실 이러한 정치적 영향력에 비해서 볼 때는 향후에 유해발굴이 언제 어느 때 수립 될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는 수준에 있다. 그래서 추가로 발굴 될 곳이 4곳뿐만이 아니라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이다. 2007년부터 진실화해위원회의 본격적인 조사가 실시되면서 유해가 매장 됐던 곳이 4곳이 아니라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한 기초조사라든지 실제적인 발굴조사가 이뤄지고 있지 않고 있다.

향후에 어떤 정권이 들어오더라고 이 문제에 대한 봉합이라든가 화해적 제스처가 국민 대통합의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파나 이념을 떠나서 이런 문제가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는데 아직 잘 모르겠다.

◆ 진실화해위원회가 주관이 돼서 이 사업이 펼쳐져왔는데 사업이 종료됐다. 법적구속력이 없어서 더 이상 추진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국회에서 제도적으로 법을 제정하거나 보완해야 하는지?

국회에서 지금 과거사정리 기본법에 대한 의원 발의 안이 약 3~4개가 올라가 있다. 이재우 의원, 진선미 의원, 강창일 의원 등 이미 올라가 있다.

의원 발의돼서 계류 중이기 때문에 그 법률법안이 통과될지 통과되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태이다. 법률적으로 봤을 때 유해발굴을 포함한 과거청산이 한국사회에서 지속력을 갖을 수 있는지는 상당히 의구심이 든다. 그런 측면에서 유족분들이 지방자치단체라도 먼저 연락을 해서 시급하게 유해가 훼손될 수 있고 빨리 발굴해야 되고 지금 유해가 지금 어디 있는지 다 알고 있는 이런 부분들에 대한 발굴을 지방자체 단체에 요구 하는것 같다. 사실 국가적 계획이 있다면 이렇게 할 필요 없다.

◆ 유해발굴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있다면?

유해발굴하면서 힘들었던 것은 법적인 측면이다. 왜냐하면 유해발굴하려면 사유지에 접근해야 되고 토지에 대해서 규제가 돼 있는 법률들을 다 풀어야지만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실 한국의 과거청산에서 유해발굴을 할 때 그런 법적인 측면들을 초과 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 놓지 않았다. 하위법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그 법을 다 해결하기 위해서는 힘들다. 부처 간의 의견조정도 상당히 많았고 힘들었다. 결국은 법안적 측면과 혹은 사유지 조건이라는 조건 때문에 상당히 발굴 못한 게 꽤 있었다. 그런 측면들이 해결 되지 않은 이상은 앞으로도 발굴이 용이치 않을 것이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정치권에 있어서의 문제점 인식이다.

이게 왜 필요한가에 대한 문제에 있어서 근시안적인 문제라는 거다. 50년 전에 일어난 거니까 잊어버리고 미래로 넘어가자는 이야기 하는데 모든 전 세계 인권국가에서 이런 곳에서 이런 문제를 봉합 한채 국가적으로 발전이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후진국이라 생각하는 라틴아메리카 몇몇 나라들도 지속적인 실종자나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발굴을 40년~50년째 계속되고 있다. 그런 부분들을 봤을 때는 정치권의 인식이 유해발굴을 하는데 있어서 근시안적인 인식이 어려운 측면이 아니었나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