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미국 주도의 세계 금융 헤게모니에 맞서 중국이 구축한 500억 달러 규모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공식으로 출범했다. 

24일 중국증권보(中國證券報)에 따르면 중국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AIIB의 설립을 공식 선언하고, 중국을 포함해 AIIB 참가의사를 밝힌 21개 국가 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서 AIIB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날 MOU 체결식에는 중국을 비롯해 인도, 파키스탄, 몽골,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네팔, 방글라데시, 오만, 쿠웨이트, 카타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9개 회원국(인도네시아 제외) 등 총 21개국이 참여했다. 

다만, 참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한국과 호주, 인도네시아는 일단 이번 MOU 체결에 합류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AIIB의 지배구조 문제와 세이프가드 등에 관한 이견 차이가 있어 중국 측과 계속 협의 중"이라면서 "이 문제만 해결되면 AIIB에 가입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조건부 참여 의사를 밝혔다.

조 호키 호주 재무장관은 “AIIB 참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금주 안에 창설 준비 양해각서에 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확인된 양해각서 서명 멤버에는 포함되지 않아 미국의 입장과 자국의 최대 무역국인 중국과의 실리적 관계를 두고 관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동남아 최대 경제국인 인도네시아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 취임 시기와 맞물렸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새 정권이 AIIB 참가 검토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MOU 체결식이 끝난 뒤 각국 대표들과 만나 "AIIB 설립은 단결, 협력, 공동 발전에 대한 각국의 염원과 결심, 행동을 보여준 것"이라며 "(AIIB는) 하나의 창조혁신시스템으로 글로벌금융관리 개선을 추진하는 데 유리하고 매우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또 "각국이 함께 노력해 AIIB를 평등하고 포용적이며 효율성이 높은 기반시설 투·융자 플랫폼으로 만들고 이 지역 각 국가의 발전 수요에 맞는 다자적 개발은행으로 만들어나가자"고 강조했다. 

AIIB는 시 주석이 지난해 10월 동남아 순방 중 아시아 지역 개발도상국들의 사회기반시설 자금을 지원하자는 목적으로 설립을 제안하면서 계획된 것으로, 세계은행(WB)과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 패권에 도전하기 위한 목적에서 창립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내년 연말에 정식 출범하는 AIIB는 중국이 대부분을 투자한 초기 자본금 500억 달러로 시작하지만 향후에 각국 투자를 받아 자본금을 1000억 달러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미국과 일본의 입김이 많이 들어간 아시아개발 자본금 1650억 달러의 3분의 2에 달하는 규모다. AIIB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구상하고 있는 '신(新) 실크로드' 구축에 필요한 자금줄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