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남궁훈 게임인재단 이사장 “게임 산업의 미래? 존경받는 게임인에게 달렸다”

2014-10-22 11:16

[남궁훈 게임인재단 이사장, 사진제공-게임인재단]


아주경제 정광연 기자 =존경받는 게임인(人). 지난해 11월 첫 발을 내딛은 게임인재단의 설립목적이자 비전이다. ‘게임으로 생각하고 게임으로 살아가는 게임인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 탄생한 게임인재단은 게임을 향한 그릇된 편견과 규제 정책을 개선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동시에 중소개발사를 위한 다양한 사업으로 국내 게임 산업의 근간을 든든히 지켜내고 있다.

남궁훈 게임인재단 이사장은 게임인들이 존경받는 세상을 위해 최일선에서 끊임없이 횡보하는 인물이다.

그의 명함에는 ‘17레벨’이라는, 지극히 게임스러운 자기 소개가 적혀있다. 자신의 게임업력이 17년째를 맞고 있다는 점에서 따온 표현이기도 하다. 지난 1999년 한게임을 시작으로 2013년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에 이르기까지 국내 주요 게임사들을 두루 겪어온 그가 오로지 국내 게임 산업의 정당한 대접과 평가를 위해 재단을 설립했다는 부분이 인상깊다.

“국내 게임 산업은 그 어떤 산업군보다 가파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면이 적지 않은데 무엇보다 세상과의 소통이 미숙하다고 생각한다. 대다수의 대중들은 게임을 특수하고 일부 계층만 즐기는 콘텐츠로 오해하지만 사물인터넷이나 가상현실 등을 떠올리면 미래 산업에서 게임이 얼마나 일상적이며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결국 우리는 게임의 미래를 염두에 두고 세상과 소통해야 한다. 이런 부분에 있어 게임인 스스로의 노력이 아직은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

남궁 이사장의 설명처럼 게임을 향한 편견은 견고하다. 특히 게임이 (청소년) 교육의 가장 큰 적이라는 편견은 마치 종교와도 같은 ‘맹신적’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런 고착된 인식의 벽을 넘기 위해서는 게임인 스스로가 게임의 다양한 가치를 널리 알려야 한다는 것이 남궁 이사장의 신념이다.

게임인재단은 단순히 ‘반(反) 게임’ 여론만을 극복하기 위해 설립된 재단은 아니다. 게임 산업의 근간을 다지기 위한 활동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시장 발전까지 꾀하는 중이다.

실제로 게임인재단은 중소개발사를 위한 ‘힘내라 게임인상’을 이미 6차례나 진행했으며 최근에는 네이버, 한국투자파트너스와 함께 100억원 규모의 ‘네이버 한국투자 힘내라! 게임인 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게임인상’은 두 달에 한 번씩 중소개발사를 대상으로 2편의 수상작을 선정, 상금 및 마케팅 등을 지원하며 ‘게임인펀드’ 역시 수상작에게 우선적으로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

“중소개발사에게 대형 퍼블리셔는 가깝고도 먼 존재다. 성공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파트너지만 시장 경쟁이 과도해지며 계약을 커녕, 만남 자체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인상’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뛰어난 아이디어와 개발력을 가진 중소개발사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안겨주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젝트다. 이제 7회차를 맞이하는 ‘젊은이’지만 중소개발사의 작품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안겨줬다고 자평한다. 앞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이나 투자자들의 가이드 라인까지 제공하는 검증된 프로젝트로 거듭하는게 목표다.”

이를 위해 게임인재단은 7회차부터 기존 30인 이하의 중소개발사라는 지원 자격을 50인 이하로 확대했으며 상금 역시 수상작 당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늘렸다. 또한 수상 후보작인 ‘탑리스트’를 위한 혜택도 늘려 더 많은 중소개발사들에게 힘이 되기 위한 변화를 시도 중이다.

하지만 정작 게임인재단의 살림살이는 그다지 넉넉하지 못하다. 일반적인 재단이 대기업 산하 조직으로 설립되는데 비해 게임인재단은 남궁 이사장을 중심으로 한 몇몇 게임인들의 의기투합으로 탄생한 독립재단이기 때문이다.

기부금이 턱없이 부족해 ‘3D 프린팅 사업’ 등 부가 사업을 추진중이지만 이마저도 ‘공익’을 우선시하는 재단의 철학 때문에 즉각적인 수익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존경받는 게임인’을 위해 만들어진 재단에 정작 게임인들의 관심이 부족하다는 점은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남궁 이사장은 게임인들이 세상의 존경을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게임 산업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래의 대한민국에서 게임이 어떤 위치에 존재하느냐는 전적으로 게임인들이 게임을 향한 부정적인 인식을 얼마나 빨리, 적극적으로 극복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저질콘텐츠’라는 무책임한 비난에 시달린 덕분에 국내 만화 및 애니메이션 산업은 고사되다시피 했다. 스스로 ‘겨울왕국’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린 셈이다. 지금의 편견이 깨지지 않는다면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대한민국 역시 ‘외주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 게임은 인터넷과 직접 연결되는 인프라 산업이라는 점에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보다 훨씬 더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지니고 있다. 물론, 누구보다 게임인 스스로 그 가치와 가능성을 입증하기 위한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그전에 게임을 향해 무책임한 ‘비수’를 던지는 사람들이 이런 게임의 가능성과 가치에 대해 한번 더 고민해 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