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사건사고…"내 안전의식은 어느 수준인가"

2014-10-22 14:01

[사진=아이클릭아트]

사고 발생하면 정부 등 책임자 문책하기 바빠…"정작 본인은 안전 의식 잊고 있어"
전문가 "사회 구조와 시스템 국민들 스스로가 안전을 지향하게끔 갖춰 있어야"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사건사고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다. 지난 17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테크노벨리 공연장에서 환풍구가 무너지면서 16명이 사망한 지 4일이 채 지나기도 전에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동대문 종합상가에서는 화재가 발생했다.

미비한 안전규정, 안이한 안전관리 등 외부적인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이같은 참사가 일어났지만 여기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안전에 대한 시민의식이다. 불안감에 사로잡혀 남을 탓하기 보다는 스스로 안전의식에 대한 문제가 없는지 성찰해야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1일 소방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20일 오후 10시 57분께 동대문종합시장 건너편 의류 부자재 점포들이 모여 있는 원단상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 지역은 신발, 의류 부자재, 마네킹, 모자 등을 파는 점포와 공구상 등이 기와집 형태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구조라 불길이 옆으로 번지면서 28개 점포 중 17곳이 연달아 탔다.  자칫하면 대형 인명피해가 속출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영업이 끝난 시간이었고 건물 안에 남아 있던 사람들도 재빨리 대피해 인명피해는 피할 수 있었다.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소방당국의 한 관계자는 "불이 난 원단상가 정도의 면적은 정기적인 소방안전점검 대상이 아니다"며 "이 때문에 점검이 정기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화재에 취약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발생한 판교 야외 공연장 환풍구 사고는 16명의 사망자와 11명의 부상자를 속출했다. 예견된 인재였다. 현장에 단 한명도 없었던 안전요원과 육안감식으로도 부실한 환풍구 설비 상태는 붕괴 참사를 낳았다. 이번 사고로 현재까지 행사 관계자와 시설 관리자, 시공사 관계자 등 30여명이 소환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시공 및 설계상 문제점과 함께 안전관리 책임과 시설물 관리 실태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찾아 처벌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예방이 부재된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행사를 주관한 기업, 환풍구를 설계·시공하는 담당자 그리고 그 시설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안전에 대한 의식이 바로잡혀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민씨(35)는 "자고 나면 사건사고 소식이 들려온다. 환풍구 덮개 추락사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사고인 만큼 충격이 더 크다. 길을 걷다가도 무슨 일이 터질까봐 걱정이 된다"면서 "하지만 예전에는 사고가 발생하면 정부 조직 탓만 했는데 이번 사고는 느끼는 게 다르다. '내가 평소에 안전의식을 남 일로만 생각하지는 않았나'하는 반성이 되더라"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하철 1~9호선의 환풍구는 총 2418개이며 이중 보도 위에 설치된 것은 절반가량인 1777개다.  특히 보도에 설치된 환풍구 주위에는 주의를 경고하는 펜스 등 별도의 안전시설이 없다. 하지만 시민들은 무심코 그곳을 지나다니고 있다. 환풍구가 아무 조치 없이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돼 있는 것도 반드시 개정되야 할 부분이지만 앞서 '환풍구 위에 올라가면 안된다'는 의식이 잡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영주 서울시립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사고가 발생하면 이중적인 면을 보인다. 정부 기타 책임자들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문책하지만 정작 자신의 집에서 얼마나 안전에 신경을 쓰는지는 의문이다"면서 "예를 들어 △발코니 불법개조 △경제적으로 저렴한 화재시설 구비 △소방도로 불법주차 △가스밸브 잠금여부 등 본인 안전에 얼마나 노력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주 교수는 "이같은 시민의식이 고취되려면 사회의 구조와 시스템이 국민들 스스로가 안전을 지향할 수 있게끔 갖춰져 있어야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무조건적인 안전 규제는 사고를 억제할 수는 있지만 일시적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적으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줘야한다"면서 "외국은 건축물에 대한 기준이 보험에서 요구하는 기준이 높다보니 요구하는 수준을 충족하면 보험료를 굉장히 많이 깍아준다. 이처럼 '안전에 투자하면 나에게 이득이 오는게 보인다'고 느껴지는 사회적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