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강렬한 색채와 사랑에 빠졌죠" 추상화가 다비드 예가네

2014-10-21 09:37
청담동 복합문화공간 르뮤제에서 차형록작가와 2인전 11월30일까지

[추상화가 다비드 예가네]


아주경제 박현주기자=  프랑스가 아닌 낯선 한국에 정착해 입지를 다지고 있는 파란 눈의 화가가 있다.  한국의 강렬한 색채와 사랑에 빠진 추상화가 다비드 예가네(David Yegahneh)다. 

이력이 독특하다. 파리 2대학에서 일본정치를 전공한 그는 한 때 일본과 프랑스를 오가며 정치연구소 소장, 학술지 편집인 자격으로 양국의 정치ㆍ경제 네트워크를 담당했던 인물이다. 한국에 빠진건 한국인 부인때문. 2008년  한국을 방문했고 당시 상황들을 잊지 못해 이듬 해 한국에 정착했다. 한국에서 인생2막을 열었다. 정치분야에서 할동하던 그는 화가로 전향 했다. 벌써 6년차. 2013년 한국에서 ‘올해를 빛낼 작가 33인’에 선정되기도 했을 정도로 중견작가로 성장했다.

 작가는 프랑스에서 만나 친구가 된 ‘차형록’ 작가와 서울 청담동 복합문화공간 르뮤제에서 2인전을 열고있다. 차형록작가는 프랑스 소설가 생텍쥐베리의 ‘어린왕자’ 의 어른이 된 이야기를,다비드 예가네 작가는 물감 드리핑을 하는 등 액션 페인팅으로 현대인의 삶을 표현했다.  

-차형록작가와 르뮤제에서 합동 전시를 열게 된 계기는.
▶저는 옛날 그림의 색상과 현대미술의 요소를 섞는 것을 좋아합니다. 특히 프랑스 naïf 스타일을 좋아해요. 차형록 작가를 만났을 때 그녀가 프랑스 작가 생택쥐베리의 어린 왕자에게 영감을 받아 그린다는 것을 알고 나와 비슷하다 느꼈고 전시를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함께 장소를 찾던 중 르뮤제를 방문하게 되었고, 마치 유럽에 온 것 과 같은 특별한 느낌에 반해 이곳에서 전시를 열게 되었습니다.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와 정착했다. 이유는
▶프랑스에 다녀온 지 벌써 20년이 되었어요. 처음에는 한국을 올 생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2008년도에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 마치 여러 번 와봤던 것 같은 데자뷰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에 남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전생에 저는 한국인이 아니었을까요?

-액션 페인팅, 어떻게 추상화를 그리게 됐나.
▶액션페인팅은 제 마음 속 깊게 감추어져 있는 것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프랑스에 오래 살았다 보니 대부분은 프랑스식으로 생각하는 게 당연해요, 하지만 마음속에 내재되어있는 것들은 한국, 프랑스 같이 국적, 문화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있는 전인류적이에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것을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표현하고 싶었어요.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있는 내적 심리를 표현하기 위해 추상화, 그리고 액션 페인팅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다.
▶ 대학 전공은 정치외교학과이고 대학원에서는 국제학을 전공했어요.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다고 하면 다들 놀라는 데 사실 유명한 표현주의화가들은 철학, 정치외교 등 미술과 관계없는 것을 공부한 경우가 많아요. 칸딘스키가 법을 전공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미술 전공을 하게 되면 알게 모르게 주어진 형식 안에서 작품을 만들지만 저처럼 타전공자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프랑스에서 주목 받고 있는 표현주의 화가들 중 다수가 미술 비전공자에요. 제가 아는 한 작가는 사실 수학 전공이고 수학 선생님이지만 화가이기도 해요. 미국의 컬럼비아 대학교는 타 과목을 전공했던 사람만 미술전공 대학원생으로 뽑아요. 점점 이런 추세로 미술계가 변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전시- 활동계획은.
▶한국이 정말 좋아요. 한국에서 계속 있고 싶어요. 그리고 다음 전시로 싱가폴 아트페어, 마이애미 아트 페어, 대구 아트 페어를 준비하고 있어요. 특히 마이애미 아트페어는 해변가에서 진행될 예정이라 흰색이 들어간 작품을 많이 가져와 달라고 요청했어요. 흥미로운 요청이죠? 새로운 작품 많이 기대해주세요.” 전시는 11월30일까지.02-548-8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