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바이러스 대책, 미국 중간선거 쟁점으로 급부상

2014-10-19 15:12

[사진= 미국 백악관 ]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미국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대응이 11월 4일 예정된 중간선거의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질병대책예방센터(CDC)가 남부 텍사스주 달라스의 병원에서 여성 간호사의 감염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 병원에서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해 사망한 라이베리아 국적의 남성으로부터 옮겨진 것이 확인된 미국 국내 두번째 감염자다.

미국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의 병원 내 감염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공화당은 현 정권의 위기관리 대응을 비판하고 나섰으며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이 확대되는 서아프리카 지역으로부터의 미국 입국을 금지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공화당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에볼라 사태를 총괄할 조정관인 '에볼라 차르'로 조 바이든 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론 클레인을 선임하고 에볼라 확산 저지의 중책을 맡겼으나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의학적 지식이 없는 자신의 측근을 임명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공화당 존 베이너 미 하원의장은 15일(현지시간) 성명을 발표해 "에볼라 바이러스 발생국가를 출발한 항공기의 일지적인 미국 입금금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공화당 내에서는 서아프리카 지역으로 부터 미국에 입국하려는 여행객의 비자발급 거부, 현지 영사업무의 중단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15일에서 16일에 예정된 지방 순회 연설을 중단하고 백악관에 머무르면서 에볼라 바이러스 대책을 논의했다. 18일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에볼라 바이러스는 같은 버스와 비행기에 탄 것 만으로 감염되지 않는다"고 언급하면서 "공포가 아니라 과학에 기초해 대응하면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미국 국민들에게 냉정한 대응을 호소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서아프리카 지역과의 왕래 금지에 대해 "지역 전체를 봉쇄하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언급해 신중하게 대처해 나갈 것을 표명했다. 

이렇게 공화당의 공세가 강화되는 배경에 대해 현지 언론은 오바마 정권의 에볼라 바이러스 초동 대응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리고 지적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확산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언급했으나 그 발언 직후 텍사스 주에서 치료 중이던 라이베리아 국적의 남성이 사망했다. 이에 대해 15일 "이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발언을 수정했다. 

미국 국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이 확산될 경우 '위기관리에 실패한 지도자'라는 인상을 주게 돼 중간선거에 불리하게 작용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슬람 무장단제 이슬람국가(IS)가 미국인을 참수해 이라크 공습을 시작할 때도 여름휴가 일정을 끝내 바꾸지 않았던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로 지방 연설을 중단한 것은 중간선거에 대한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는 미국의 아프리카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정권은 라이베리아 등 친미국가를 통해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 온 측면이 있으나, 라이베리아가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해 괴멸적인 타격을 받게 되면 그 영향은 미국의 아프리카 정책까지 파급될 것으로 보인다. 

또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기반 중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지지율이 90%가 넘어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불한이 장기화될 경우 견고한 지지기반에도 이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