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화약고 ‘조강특위’ 출발부터 삐걱, 20대 총선 ‘공천권’ 전쟁 신호탄
2014-10-15 16:27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15일 여야의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이하 조강특위)가 출발부터 삐걱거리면서 각 당 내부 계파 간 물밑싸움이 본격화됐다.
여야의 조강특위가 다룰 최우선 과제인 당협위원장(새누리당)·지역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 구성은 20대 총선 공천권과 직결되는 만큼 사실상 여야 권력구도 재편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야 조강특위 구성은 ‘당협(지역)위원장 선정→대의원 구성→차기 공천권 투표’ 등 일련의 과정의 첫 단추다. 여야의 조강특위 순항 여부가 박근혜 집권 2년차 하반기 당내 권력 분점의 중대 분수령이라는 분석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조강특위 순항 여부에 따라 새누리당은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 새정치연합은 친노(친노무현)그룹과 비노(비노무현)그룹의 갈등이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與 비박계 전진 배치하자 ‘친박 학살’ 논란…“객관적 지표 만들 것”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이날 여야의 조강특위는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비박계를 전진 배치한 새누리당은 사실상 ‘친박 죽이기’가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였고, 새정치연합은 7·30 재·보선 참패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송호창 의원의 조강특위 배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여야 내부의 계파 갈등의 아킬레스건인 ‘친박·비박(새누리당)’, ‘친노·비노(새정치연합)’의 갈등이 현실화된 것이다.
먼저 이군현 사무총장 위원장으로 하는 새누리당 조강특위는 △강석호 제1사무부총장 △정양석 제2사무부총장 △함진규·강은희·김현숙 의원 등 총 6명으로 구성됐다. 이 위원장은 대표적인 친김무성계이고, 강석호·정양석 부총장은 친이(친이명박)계와 정몽준계다. 차기 총선권을 좌지우지하는 조강특위 절반이 비박계인 셈이다.
당 안팎에선 방중(訪中) 중인 김무성 대표가 조강특위에 비박계 인사를 꽂으면서 공격적인 진용을 구축하자 ‘비박 조직 구축’의 사전 작업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명박 정부인 2008년 총선 당시 발발한 ‘친박 학살’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지난달 말경 김 대표가 98개 원외 당협에 감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져지면서 비박계의 ‘친박 학살’에 대한 우려는 증폭되는 모양새다. 원조 친박인 홍문종 사무총장 시절 임명된 원외 당협위원장의 선(先) 교체가 ‘김무성식 자기 정치’의 신호탄이라는 얘기도 끊이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계파 갈등은 김무성호(號)의 독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숨죽이던 安, 조직강화특위 첫 회의 날 “송호창 빼 달라”
야권의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7·30 재·보선 이후 정치적 잠행을 거듭한 안철수 전 대표는 조강특위 첫 회의가 예정된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 측근인 송 의원의 배제를 요구했다.
안 전 대표는 “현 시점에선 저의 비대위 참여는 물론 송 의원의 조강특위 참여도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후 송 의원은 조강특위 위원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새정치연합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애초 문희상 비대위는 총 15명의 위원 가운데 △친노 4명 △손학규계 2명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 2명 △정세균계 2명 △김한길계 2명 △박지원계 1명 △안철수계 1명 △김두관계 1명 등으로 구성했다. 범친노와 비노의 비율을 8대 7로 맞춘 셈이다.
하지만 안 전 대표가 이날 송 의원의 배제는 물론 “비판만 해서는 집권할 수 없다”며 당 지도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조강특위의 혁신 동력이 급속히 빠지게 됐다.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안 전 대표의 발언과 관련해 “정말 송 의원을 조강특위에서 빼 달라고 했느냐”고 반문하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제1야당의 더 큰 문제는 이후다. 과거 조강특위에선 만장일치 내지 표결로 지역위원장을 선정한 뒤 ‘당 지도부 인준→대의원 투표’의 수순을 밟았으나, 현재 대의원 자체가 공석인 터라 절차의 합의조차 이끌어내지 못했다. 합의 과정이 투명하게 전개되지 않을 경우 후폭풍이 예상된다.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이와 관련, “김무성 대표 등 비박계가 당 조직을 장악한 새누리당 보다는 친노 등 4∼5개의 계파로 분화된 야권의 계파 갈등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