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갈망하는 배우, 정경호
2014-10-13 17:57
영화 ‘맨홀’은 늘 곁에 있지만 쉽사리 접근할 수 없는 ‘맨홀’ 안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을 그린다. 정경호는 ‘맨홀’에 자신만의 공간을 구축한 채 잔혹하게 살인을 일삼는 소시오패스 수철을 연기했다. 성대를 울려 목소리를 내는 법은 거의 없고, 미묘하게 움직이는 얼굴 근육과 서늘한 눈빛으로 러닝 타임 101분을 채운다.
“평범하지 않은 인물을 연기하고 싶었어요. 살인마 수철은 당연히 없어야 하고, 없어져야 할 인물이지만 주변에서 볼 수 없는 캐릭터라 표현하면서 재밌었죠.” 시나리오를 받고는 “이렇게 대사가 없어도 되나?”하고 생각했다는 그는 “작은 표정, 공허한 눈빛만으로 수철을 표현하기가 어려웠다”면서 “카메라 앵글, 조명 등 시각적인 연출로 도움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힘든 촬영이 뻔히 보이는데도 ‘맨홀’을 택한 건 순전히 신재영 감독에 대한 믿음 때문이에요. 신재영 감독은 ‘시간 날 때 편의점 아르바이트나 해서 단편 영화를 찍을까?’ 할 정도로 머릿속에 온통 영화 생각밖에 없는 사람이죠. 신재영 감독과의 작업은 초심을 다시 떠올리게 했어요.”
‘맨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정유미 김새론과는 십년지기라고. “(정)유미와는 동갑내기 친구예요. 저와 가장 잘 통하는 여배우죠. 새론이랑은 같은 소속사 식구고요. 덕분에 작품 초반 동료와 친해지는 과정에 쓸 에너지를 모두 작품에 쏟아 부었죠. 유미는 마음이 동해야만 연기를 하는 진정성 있는 배우예요. 새론이를 보자면 ‘내가 저 나이엔 무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죠. 자기가 보지도 못할 영화의 캐릭터를 척척 연기해내니까요.”
“아무래도 비슷한 캐릭터 배제하는 경향이 있죠. 새로운 캐릭터를 통해 제 또 다른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거든요. 아직 저의 많은 부분을 보여 드리지 못했으니까요. 제 목표요? 32살 연기자 중에서 가장 연기를 잘하고 싶어요. 파릇하게 젊은 배우들이 치고 올라오고, 나이 많은 선배가 관록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으니까 (목표를) 소박하게 잡아봤어요(웃음).”
정경호에게 스스로 대표작을 꼽아보라고 요청했더니 깨물었을 때 안 아픈 손가락을 고르는 것처럼 고민에 빠졌다. “지독하게 연기하며 연기의 한을 푼 건 ‘무정도시’예요. 속 시원하게 연기했던 건 ‘롤러 코스터’고요. (SBS 드라마) ‘그대 웃어요’에서는 정말 재밌게 연기한 것 같아요. 기자님은 제 대표작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아, 또 당하고 말았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