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참가자격제한 제도 '유명무실'…"소송에 따른 유예 꼼수"

2014-10-13 16:23
정부, 담합 건설사 입찰참가제한?…소송전으로 유예받고 있어
가처분 인용돼 제한조치 유예…대법원 판결 전 중복제재도 '불가능'

[사진=아주경제신문DB]

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정부와 공공기관이 발주한 대형 시설공사에서 입찰담합 행위를 저지른 기업에 대한 입찰참가자격제한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3일 기획재정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박원석 의원이 조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시설공사 담합 관련 입찰참가자격 제한 업체 현황 등에 따르면 정부가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통보한 대부분의 담합 건설사들이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소송에 나선 사건은 4대강 사업 담합 건설사를 비롯해 부천시노인복지시설건립공사, 인천도시철도 2호선, 대구도시철도 3호선, 부산지하철 1호선 연장 공사 등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행정 처분을 받은 입찰담합 건설사들이다.

건설사들의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 취소소송 현황을 보면 4대강 사업의 경우는 지난해 공정위가 부당공동행위 처분을 내린 15개 건설사 중 쌍용건설을 제외한 14곳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조달청은 15개월(현대건설·삼성물산·대우·대림·GS·SK), 4개월(포스코·현대산업개발·쌍용·삼성중공업·한화·경남·코오롱글로벌·한진중공업·삼환)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통보한 바 있다.

하지만 조달청이 국가계약법에 따라 입찰담합 행위를 저지른 건설사들에 대해 제한처분을 통보해도 소송에 가로막혀 처분을 유예 받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가처분이 인용되면서 제한조치가 유예된 후 대법원 판결 전까지는 중복제재도 불가능하다.

겉으로는 건설 경기 침체와 규제 탓 등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빠져나갈 수 있는 편법을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6월에도 6대 건설사 대표들은 해외진출 등의 애로사항을 호소하며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 풀기 등 규제 완화를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에게 하소연한 바 있다.

그러나 국가계약법은 공정위 소관이 아닌 기재부 관련 법령인데다 만약 건설업계의 요구로 제도 완화를 추진할 경우 담합 근절에 대한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입찰담합에 따른 공사비 부풀리기로 초래될 국가예산 낭비도 간과할 수 없는 노릇이다.

입찰참가자격제도가 입찰담합을 저지른 기업에 대한 제재수단으로는 가장 유효하고 강력한 수단이지만 소송을 통해 비껴가기를 근절하지 못할 경우 유명무실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원석 의원은 “입찰참가자격제한 제도가 공개입찰 및 계약의 공정성 확보와 계약에 따른 충실한 이행의 담보”라며 “가처분신청 인용으로 인한 입찰참가자격 제한 유예와 관련해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염려가 있는 자가 입찰참가자격제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효력정지결정을 받고 낙찰자로 결정된다면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가계약법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입찰질서 공정화에 관한 지침에 따라 과거 5년간 입찰담합으로 받은 벌점이 5점 이상 넘으면 입찰참가 자격 제한을 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재부 소관 법령인 국가계약법에 따라 담합 건설사들은 모두 입찰참가 제한 대상으로 분류된다”면서 “때문에 공정위는 한건도 입찰참가 제한 조치를 취한 적이 없다. 공정위의 별도 지침에 입찰참가 자격제한 규정을 운영해도 사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