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행정지도 두고 금융위·금감원 갈등 조짐

2014-10-12 11:03
금융위 "사전보고 하라" 금감원 "업무 차질"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금융기관에 대한 '행정지도' 운영을 두고 갈등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가 금감원의 모든 행정지도에 대한 사전 협의·보고 및 공청회 등을 거치도록 한 것을 두고 금감원이 감독업무 효율성 저하 등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는 지난 7월 발표한 금융규제 개혁 방안 중 하나로 '행정지도 운영규칙' 개선안을 마련했다.

행정지도는 법적 행위에 의하지 않고도 금융기관에 대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감독수단이다. 통상 공문이나 구두로 전달되지만 방식의 투명성이나 절차적 정당성을 두고 금융기관에 대한 또다른 규제로 인식돼 왔다.

이에 금융위는 앞으로 금감원이 금융기관에 대해 행정지도를 하는 경우 20일 이상 금융사 등의 의견을 청취하거나 1회 이상 공청회를 열도록 했다.

행정지도 시 금융사 등의 의견을 수렴토록 '노력'하라고 돼 있는 현행 규정을 강화한 것이다.

또 금융위와 사전 협의해야 하는 행정지도 범위도 기존 '특정사안'에서 모든 사안으로 확대했다. 사전보고 사항 역시 금융정책 수행 관련에서 모든 행정지도로 확대했다.

행정지도 이유와 내용, 관련 의견청취, 검토 내용 등 금융위에 보고하는 내용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더불어 법령이나 규정에 반영할 필요가 있는 행정지도는 연장할 수 없도록 하고 행정지도 시 금융사에 취지와 내용, '금융위 보고 여부'도 추가토록 했다. 경미한 사안도 구두로 행정지도를 할 수 없도록 했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감독업무 수행에 큰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소비자권익 보호를 위한 탄력적 대응 등이 어렵다는 것이다.

행정지도를 거쳐 즉각적인 소비자 피해예방 등을 해야 하는데, 20일 이상 의견청취 및 공청회를 열고 금융위와 사전 협의 및 안건보고 등의 절차를 거칠 경우 행정지도에 1개월 반 이상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현재와 같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행정지도 효력이 자동으로 없어지는 일몰제 적용, 기한 연장 시 금융위 사전보고, 행정지도의 법규화 유도 등을 통해 불필요한 행정지도 발생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번 개선안이 최근 금융기관 보신주의 타파 목소리와 맞물려 검사·감독권을 위축시키려는 취지에서 나온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