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고뇌, '스마트폰 이후 다음 한 수가 없다'

2014-10-09 15:15

[사진=한준호 기자 ]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삼성전자의 실적악화가 계속되고 있다.

7일 발표한 2014년 3분기(7월~9월) 영업이익은 4.1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 감소했다. 이는 삼성의 수익의 큰 부분을 차지해 온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에 따른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인도 최대도시 뭄바이에 위치한 스마트폰 매장에서는 삼성 스마트폰보다 인도의 스마트폰 제조업체 마이크로맥스(Micromax)의 스마트폰이 더 잘 팔린다.

뭄바이의 한 스마트폰 매장은 작년에는 삼성 스마트폰의 매출이 60%를 차지했으나 올해는 20%까지 하락했으며 대신 마이크로맥스 스마트폰이 60%를 차지했다고 소개했다.

인도에서 판매되고 있는 삼성 ‘갤럭시 그랜드2’의 판매가는 1만7000루비(약 30만원)지만 마이크로맥스의 스마트폰 기종은 삼성 갤럭시의 반값이다.

또 중국 베이징의 대표적 IT제품 시장인 바이나오후이(百脳匯)에서는 과거에는 ‘삼성 최신기종’이 대세였지만 지금은 샤오미(小米)가 대세라고 소개했다. 중국 시장에서도 샤오미는 삼성 갤럭시의 ‘반값’이다.

삼성은 여전히 세계시장에서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으나 신흥국을 중심으로 점유율 하락이 현저하다.

미국 조사회사 IDC에 따르면 2014년 2분기(4월~6월) 삼성의 점유율은 25.2%다. 전년 동기 대비 7.1% 하락했지만, 인도시장에서는 13.3%, 중국시장에서는 8.4% 하락해 하락폭이 더욱 크다. 인도에서는 삼성이 아직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중국에서는 3위로 전락해 레노버와 샤오미가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또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 세계를 무대로 공세를 펼쳐왔던 삼성이 이제는 안방인 한국시장에서 도전을 받기 시작했다고 지적하면서 지난 9월말 중국 화웨이(華為)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삼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보도했다.

삼성은 미국 애플과 함께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해 이익을 취해왔다.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은 인적자원, 장비, 자금을 모두 갖춘 대기업으로 한정되지만, 그 시장이 성숙해지면 부품 등 공급망에서 좋은 업체를 선택해 조립만해도 시장 진출이 쉬워지는 것이 디지털 시대의 특징이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이는 아날로그 기술로 만들어진 브라운관 TV에서 디지털 기술이 가미된 액정TV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신흥세력이 등장한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TV로는 이제 돈을 벌 수 없게 됐으며 스마트폰 시장도 성숙기를 맞이하면서 삼성의 스마트폰 부진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자리잡게 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적했다.

스마트폰의 성장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은 삼성도 분명 인식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10년 이내에 삼성을 대표하던 제품 대부분이 사라진다”고 지적한 바 있으며 중점적으로 투자해 나갈 사업 5분야를 선정했다. 그 중 하나는 바이오 의약품 사업이다.

현재 삼성의 바이오 의약품 사업은 인천공항 인근에서 제2공장의 건설이 진행되고 있으나 이 사업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것은 2016년 이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분야는 차량용 전지, 발광 다이오드(LED), 의료기기, 태양전지 등으로 태양전지 부문은 중국 업체의 대량생산으로 시황이 악화되고 있으며, 차량용 전지는 라이벌 업체 LG화학이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의 2013년 매출액은 228조원으로 스마트폰이 급성장한 최근 3년 간 50% 가까이 증가했다. 매출에 차지하는 스마트폰 부문의 비율은 60%이며, 스마트폰에 부품을 공급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부문을 합치면 삼성의 스마트폰 의존도는 더 높아진다.

삼성의 매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해 온 스마트폰의 둔화를 보완할 수 있는 ‘다음 한 수’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그러나 삼성의 이번 3분기 실적 발표는 여전히 4.1조원이라는 이익이 발생과 영업이익률 8.7%로 라는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최근 16조를 투자해 공장을 설립한다는 발표를 통해 투자여력이 있음을 보여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경영위기에 봉착한 일본 제조업과 비교하면 삼성의 경영기반은 아직 튼튼하다고 진단하면서도 문제는 삼성의 미래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입원하기 직전에 삼성 임직원에게 보낸 ‘영원한 초일류 기업’이라는 훈시대로 삼성이 영원한 초일류 기업이 될 수 있을지 기로에 서있다.

또 전자산업에서 세계 정상에 섰던 삼성에게 이제는 ‘거울삼아 배워 온 일본기업’은 없다. 이제 삼성은 전자산업의 선두주자로서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