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국정감사] 공무원연금 개혁방안에 수세적인 야권, 국감 첫날부터 ‘십자포화’
2014-10-07 17:38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박근혜 정부 집권 2년차 하반기 정국 최대 화약고인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해 그간 수세적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이 2014년도 국정감사 첫날인 7일 정부의 공적연금 사유화 논란에 불을 지피면서 십자포화를 날렸다.
청와대와 안전행정부,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의 주체를 놓고 핑퐁 게임을 할 당시에도 새정치연합은 ‘당사자 배제 반대’라는 원론에 그친 터라 국감을 계기로 제1야당의 대여 공세가 강화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하반기 정국에서 공적연금 대수술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당정청으로선 최대 위기를 맞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그간 공무원의 일방적인 희생을 담보했다는 비판을 받은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이 중대 분수령을 맞게 될 전망이다.
안전행정위 야당 간사이기도 한 정청래 의원이 안행부로부터 받은 ‘공무원의 보험료 대비 수령액 관련 분석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5년 임용될 9급 공무원 A씨가 30년간 내야 할 기여금은 1억93만원이다. 여기에 정부 부담금을 더하면 총 2억186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2016년에 공무원에 임용될 9급 공무원 B씨가 30년간 내야 할 기여금은 4614만원에 그쳤다. 정부 부담금을 포함해도 9228만원에 불과했다.
문제는 임용이 1년차밖에 나지 않는 A와 B씨가 30년 근속 후 수령할 연금액이다. 두 배의 기여금을 낸 A씨의 연금액은 96만원(첫 달 기준)으로, B씨(76만원)와 불과 20만원 차이다.
A씨가 1억958만원(정부부담금 포함)의 기여금을 추가로 부담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공적연금 개혁 과정에서 하위직 공무원 간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정 의원은 이와 관련, “새누리당이 의뢰하고 한국연금학회가 만들었다는 현실에 동떨어진 졸속 연금개혁안이 사회를 시끄럽게 만들기만 했다”며 “1년 먼저 임용됐다고 1억을 더 내고 20만원을 더 받는 구조에 동의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라고 질타했다. 논란이 일자 앞서 한국연금학회장인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이어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를 향해 “담뱃세 등을 논의할 때 기재부와 복지부에 밀리더니,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놓고는) 당과 한국연금협회에 밀려 자기들 안도 못 내고 있는 상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공적연금 등은 후세대와 함께 살 것을 약속하고 서로 짐을 나눠지는 제도”라며 “국민 모두가 노후의 삶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방안을 만들기 위해 서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 등이 포함된 협의체 구성을 우회적으로 제안했다.
정부의 공무원연금 논란은 애초 새누리당이 한국연금학회에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요청했다가 파문이 확산된 이후 자의반 타의반으로 떠맡은 안행부가 사회적 합의 과정을 놓치면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수습 방안을 찾기도 힘든 상황이다.
실제 앞서 한국연금학회는 지난달 21일 새누리당 경제혁신특위의 요청에 따라 공무원의 연금 부담금 43% 인상(이하 현재 대비), 수령액 34% 삭감을 골자로 하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공개했다. 시행 초기부터 정부 보전금을 40% 이상 절감하는 고강도 개혁안이었다.
하지만 한국연금학회 기관회원에 △삼성화재 △삼성생명은퇴연구소 △한화생명보험(주) 등 사보험 기업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연금학회장은 ‘언론 등의 사과’를 촉구하며 전격적으로 사퇴했다. 최대 현안인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당청의 뒷짐으로 셀프 개혁에 그치고 있다는 얘기다.
국감이 중반전으로 치달으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둘러싼 여야의 기 싸움이 더욱 치열하게 전게될 것으로 전망돼 하반기 정국에서 당정청이 어떤 묘수를 찾을지 주목된다. 새정치연합이 향후 공무원노조와의 연대 전선 확대로 ‘사회 공공성 투쟁’을 강화할 경우 ‘범보수 대 범 진보’ 진영의 대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