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슬로우 비디오’ 남상미 “여배우에게 30대는 성장하는 사춘기”
2014-09-30 16:38
내달 2일 개봉하는 영화 ‘슬로우 비디오’(감독 김영탁·제작 영화사기쁜우리젊은날 폭스인터내셔널프러덕션코리아)의 헤로인 남상미를 지난 23일 서울 팔판동 카페에서 만났다.
‘슬로우 비디오’는 남상미에게 힐링이 된 영화다. 이에 대해 남상미는 “저의 밝은 면을 끄집어 낸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데뷔 초에도 밝은 역할을 많이 하긴 했는데 ‘슬로우 비디오’에서 수미는 서른 살의 남상미가 보여줄 수 있는 밝음이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배우 남상미에게 서른이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서른 살은 이제 시작이라는 느낌이에요. 뭔가 새로운 국면이 펼쳐질 것 같은 설렘도 있고요. 배우로서의 서른은 어떤 책임감, 중압감, 기대감이 뒤섞여 있는 기분이죠. 복잡하면서도 참 섞이기 힘든 ‘쉐이크’ 같은 느낌이랄까요? 섞여야하는데 섞이지 못하는 그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여배우에게 서른이란 약간 사춘기 같은 그런 나이대가 아닐까요? 자기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그러면서 여배우에게 30대는 어떤 의미로 성장하는 사춘기 같죠(웃음). 뭔가 자유로운 생각을 할 수 있으면서도 오히려 갇힐 수 있는 30대요.”
여배우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나이에 맞는 배역이 들어오기도, 동안 때문에 실제 나이보다 훨씬 어린 역할을 맡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30대는 애매할 수 있다. 남상미 또한 이를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1년에 한 작품씩 꾸준하게 했는데, 희한하게 서른이 되고나서 좋은 작품이 많이 보였어요. 하고 싶었던 캐릭터들을 연기할 수 있어 솔직히 감사하죠. 연기에 대한 갈증은 있는데 작품이 없거나, 스스로를 매료시킬 수 있는 캐릭터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저는 복이 많은 것 같아요. 체력이 고갈되는 한이 있더라도 갈증을 느낄 때 좋은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고, 다른 배우들과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인복도 많고 운도 많은 것 같네요(웃음).”
“선배들에게 엄청난 것들을 받은 느낌이었다”고 회상한 남상미는 “완성된 작품을 보자 시나리오에서 받았던 감동의 배가 되는 진한 여운과 감동을 느꼈다”며 “후배로서나 영화적으로 너무나도 감사했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남상미는 수미와 자신의 싱크로율이 90% 이상이라고 했다. 작품 속에서 술을 마시고 귀여운 주사(?)를 부린 그는 “감독님이 저랑 술을 마시고, 저의 업된 모습을 영화로 담고 싶어 하셨다”며 “진짜로 술을 마시고 찍자고 하셨다. 그래서 진짜 소주를 마셨는데, 주량을 넘겼지만 취하질 않았다. 아무래도 현장이라 그랬던 것 같다. 결국에 제 진짜 취한 모습은 담지 못했다”면서 웃었다.
11년동안 연기활동을 이어오고 있지만 아직 연극무대 경험은 없다. 간접경험으로 연극배우 지망생을 연기했지만, 무대에 대한 동경이 있다.
“제가 나중에 용기가 생기고, 다른 분들게 누가 되지 않을 때 꼭 도전해보고 싶은 동경의 영역이죠. 영화와 드라마가 한 컷, 한 컷 만들어내 연결하는 장르라면 연극은 큰 하나의 덩어리니까요. 몰입했을 때 관객과의 호흡은 얼마나 큰 폭발력을 가질까 궁금해요. 설렌다고 할까요? 어디까지 몰입하고 표현할 수 있을지 기대되죠. 6개월이든 1년이든 제가 관객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무언가를 보여드릴 수 있다면 연극에서 더 배우고 싶어요. 배우의 성장성을 볼 수 있는 영역인 것 같아요.”
“실제로 운동을 좋아하고 잘하는 편”이라는 남상미는 “태어날 때부터 왜곡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비뚤어진 ‘다크’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 가수 이승기의 ‘하기 힘든 말’ 뮤직비디오 촬영 때 날라리 여고생을 연기했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학교가 아닌 더 큰 세상에서 그런 역할을 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학창시절에 ‘껌 좀 씹었던 게 아닌가’라고 묻자 “아니었기 때문에 재미있는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