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안 논란에 청와대 ‘침묵’ VS 여야 ‘하후상박’ 공감대 형성

2014-09-29 11:35

[사진=아주경제 DB]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더 내고 덜 받는’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을 둘러싼 청와대의 침묵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여야 내부에서 하위직 공무원 연금 대신 고위직 연금을 더 깎는 ‘하후상박(下厚上薄)’ 급여 체제 전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 공적연금 개혁이 중대한 갈림길에 설 전망이다. 

앞서 한국연금학회가 지난 21일 재직 공무원의 연금 부담금 43% 인상(현재 대비), 수령액 34% 삭감을 골자로 하는 ‘고강도’ 개혁 방안을 공개한 이후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전공노)이 강하게 반발, 향후 이해관계자 간 공방전이 불가피하게 됐다. 

또한 공무원연금 개혁의 주체와 시기, 범위 등을 놓고 당정청이 핑퐁 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다 새누리당 경제혁신특별위원회 요청에 따라 공적연금 개혁안을 만든 한국연금학회의 사보험 유착설이 제기되면서 공적 연금 논의는 올스톱된 상태다. 파문이 일자 한국연금학회장인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지난 26일 결국 사임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청와대는 뒷짐만 진 채 침묵으로 일관했다. 실제 지난달 19일 청와대 서별관에서 열린 정책협의회의의 주체는 당청정이었지만, 이후 청와대 대신 당정이 공무원연금 개혁안 추진의 선봉장에 섰다.

한 달여의 논란 끝에 새누리당 경제혁신특위의 요청에 의해 한국연금학회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관련 토론회를 개최했으나, 전공노의 반발에 부딪혀 개혁안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진보진영 내부에서 ‘하후상박’ 개혁안 제기하자 與 이한구 ‘화답’

특히 공무원연금 개혁 논란이 전공노 등 공무원 당사자들이 배제된 채 당정과 일개 학회에 의해 진행된 것과 무관치 않음에도 청와대가 침묵, 논란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사진=청와대]


공무원연금 등 공적 연금 개혁을 놓고 사회적 갈등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음에도 청와대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일각에선 29일 오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예정된 전방위 규제개혁법 관련 회의에서 당정청이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 논의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일부 기자들과 만나 “의제는 비공개라서 말씀 드릴 수 없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공식 의제로 테이블에 올라오지는 않더라도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공적 연금의 사회적 합의를 위한 아이디어를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여야 정치권은 하후상박을 골자로 하는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에 불을 지폈다.

포문은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가 열었다. 심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관련, “현재 비례 연금으로 돼 있는 것을 큰 틀에서 국민연금과 유사한 방식의 하후상박 급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검토돼야 한다”며 “하위 공무원들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마치 군사 작전하듯 밀어붙이는 방식은 오히려 개혁의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며 이같이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밀어붙이고 새누리당은 민심을 조종하는 ‘간보는 정치’를 하지 말고, 공적연금 개혁방안에 대한 이해당사자 간의 사회적 합의를 도모하고 여야의 협의를 충실히 이행하는 절차를 잘 밟아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새누리당 이한구 경제혁신특위원장은 이날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와 관련,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하후상박식’ 개혁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화답했다.

이어 “전문가들 의견을 들어서 하후상박식을 어떻게 구체화할 수 있을지 살피고 있다”며“필요한 일이라도 부작용이 나오면 안 된다”고 속도 조절론을 펼 뜻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당정청이 공무원연금 개혁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과 관련해선 “자기가 나서면 집중적인 공격대상이 될까봐 아무래도 피하게 된다”며 “그러나 나라를 위해서 필요하다면 손해 볼 각오를 하고 일을 추진해야 되는 것이 공직자의 운명”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특위가 공무원이 낸 기여금에 비례해 정부가 동일한 금액을 지원해주는 현행 방식에서 기여금에 관계없이 같은 액수를 지원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공무원연금 개혁 최종안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