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독특한 M&A 이력’…세아그룹, 동부특수강 인수에 영향 미칠까?

2014-09-28 08:03

[사진=동부특수강 제공]


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동부특수강 인수전에 세아그룹과 현대제철이 나란히 참여한 가운데 특수강 사업 부문을 세아측에 넘긴 포스코의 과거 M&A(인수합병) 이력이 이번 인수전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2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과 세아그룹은 지난 25일 산업은행에 동부특수강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했다. 이외에도 동일산업과 해외 재무적 투자자(FI) 1곳 등 총 4곳이 LOI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아그룹과 현대제철의 동부특수강 인수전 참여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이는 지난 2004년 옛 한보철강 인수를 두고 맞붙었던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10년 만에 다시 인수합병(M&A) 링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아울러 포스코의 독특한 M&A 이력이 이번 인수전에서도 영향을 미칠지 여부도 관심사다.

세아그룹은 지난 8월 포스코와 상호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포스코특수강을 품에 안았다. 이번 동부특수강 인수전은 세아그룹이 전면에 나선 상태지만 지원군인 포스코가 뒤에서 버티고 있어 지난 10년 전 한보철강 인수전과 엇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997년 법정관리에 돌입한 한보철강은 매각이 거듭 무산되면서 주인 없는 회사로 남아 있었다. 당시 포스코는 동국제강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2조원대의 인수가격을 제시했으나 채권단 측 반대로 실패를 맛본 바 있다.

이후인 2004년 포스코는 한보철강이 시장에 매물로 다시 나오자 동국제강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뛰어든 바 있다. 당시 경쟁업체는 현대하이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INI스틸(현 현대제철)이었다.

당시 시장에서는 국내 판재류 분야를 독점해 왔던 포스코가 시장을 사수하기 위해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예상했다. 한보철강을 인수한다 해도 큰 메리트가 없다는 자체 평가를 내린 상태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시 INI스틸은 계열사인 현대하이스코가 포스코와 이른바 ‘핫코일 전쟁’을 치르면서 고로 제철소 건설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100% 고용승계를 조건으로 내건 INI스틸-현대하이스코 컨소시엄이 막판 승리를 거머쥐면서 현대제철은 지금의 일관제철소 체계의 초석을 다질 수 있었다.

또 독특한 M&A 이력도 관심사다. 그간 포스코는 독자적인 M&A에서는 높은 성공률을 나타냈지만 다른 기업들과 손을 잡았을 경우 유난히 실패가 잦았다.

2004년 한보철강 인수전 실패를 시작으로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의 경우 GS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했으나 GS측의 돌연 포기로 다시 한 번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이후 대한통운 인수를 위해 삼성SDS 손을 잡은 포스코는 시장의 기대에도 불구, 이재현 CJ회장의 파격적인 가격제시에 밀려 ‘컨소시엄 잔혹사’라는 오명을 남기기도 했다.

이번 세아그룹의 동부특수강 인수전 참여는 포스코와 직접적인 컨소시엄 형태는 아니지만 포스코의 직·간접적인 지원이 이뤄짐에 따라 과거의 전철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시장에서는 세아그룹보다 현대제철의 통 큰 배팅을 통한 인수 성공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한전부지 매입을 위해 1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는 등 목적 달성을 위해 상대를 압도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현대제철의 승리가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세아그룹의 경우 특수강 사업분야 1위를 차지중인 만큼 독과점에 곱지 않은 시선과 자금조달 등 제약이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