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유엔총회 첫 기조연설… "분단장벽 무너뜨리는데 세계가 나서달라"

2014-09-25 01:30
"南北美中 전쟁당사자 참여,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해야" 제안
"국제사회 북한인권 필요조치 취해야…탈북자 인권에도 관심 기울여야"
"전시 여성 성폭력 인도주의 반하는 행위" 위안부 문제 우회 거론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아주경제 주진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분단의 장벽을 무너뜨리는데 세계가 함께 나서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 69차 유엔총회에서 행한 취임 후 첫 기조연설을 통해 "올해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25년이 되는 해인데 아직도 한반도는 분단의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고 상기하고 "수많은 이산가족들이 사랑하는 가족을 만나지 못한 채 그리움과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15분에 걸쳐 한국어로 진행한 기조연설을 통해 △평화통일 △북핵과 동북아평화 △일본군 위안부 △북한인권 △글로벌 이슈 등 제반 현안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유엔 3대 임무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기여 의지를 천명했다.
 
박 대통령은 "69년전 한민족은 광복을 맞이했지만 남북한으로 갈라져 하나의 주권국가로 유엔의 회원국이 될 수 없었다"며 "1991년 남한과 북한이 유엔에 동시에 가입했다. 하지만 같은 언어, 문화 그리고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남과 북이 유엔에서 2개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분명 비정상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한반도 통일문제에 연설의 상당부분을 할애하면서 "독일통일이 유럽통합을 이루어 새로운 유러브이 주춧돌이 되었다면, 통일된 한반도는 새로운 동북아를 만들어 가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DMZ(비무장지대)의 작은 공간부터 철조망을 걷어내고 남북한 주민들이 자연과 어우러져 소통할 수 있다면 DMZ 세계생태평화공원은 생명과 평화의 통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유엔 주도 하에 남북한, 미국, 중국 등 (6·25) 전쟁 당사자들이 참여해 국제적인 규범과 가치를 존중하며 공원을 만든다면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통일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유엔총회의 현안으로 떠오른 북한의 인권과 탈북자 인권문제도 동시에 거론하면서 국제사회의 압력 및 북한의 변화를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유엔 인권이사회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상의 권고사항을 채택했다"며 "북한과 국제사회는 COI 권고사항 이행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오늘날 국제사회가 큰 관심과 우려를 갖고 있는 인권문제 중의 하나가 북한 인권"이라며 유엔의 조치를 촉구한 뒤 "조만간 유엔이 한국에 설치할 북한 인권사무소가 이러한 노력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국제사회는 탈북민의 인권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탈북민들이 자유의사에 따라 목적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엔 해당기구와 관련국가들이 필요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통령은 "전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어느 시대, 어떤 지역을 막론하고 분명히 인권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행위"라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우회적으로 제기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분쟁지역에서 고난을 겪고 있는 여성과 아동들의 인도주의적 피해를 방지하는데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런 취지에서 작년 2월 안보리 의장국으로서 '분쟁하 민간이 보호에 대한 고위급 공개토의'를 개최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환기시켰고 '분쟁하 성폭력 방지 이니셔티브'의 대표국가로도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북핵문제에 대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가장 큰 위협인 북핵 문제가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며 "북한은 핵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스스로 핵을 포기하고 개혁과 개방을 선택한 여러 나라들처럼 경제발전과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변화의 길로 나와야 한다"고 '북핵 불용' 원칙을 재확인했다.
 
또 박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함께 동북아에서 역사와 영토, 해양안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이나 위협 요인을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도 소개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과 재난구호, 원자력 안전 등 초국가범죄 대처와 같은 실용적인 분야에서부터 역내 국가들이 협력의 습관을 축적해 나간다면 유럽에서와 같이 다자간 협력 프로세스로 강화돼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박 대통령은 절대빈곤과 기후변화 등 국제사회의 도전과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정책을 소개하며 동참을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절대빈곤과 기후변화 등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과제들은 그 복잡성과 상호의존성을 감안할 때 국제사회의 공동대응을 통해서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절대빈곤 타파와 사회경제적 기회 증대를 목표로 출범한 유엔새천년개발목표(MDGs)는 목표 연도인 내년 말까지 500일도 남지 않았다"며 "우리나라는 우리의 독특한 역사적 경험을 활용하여 2015년 이후 개발목표 설정 과정에서 선진국과 개도국 간 교량역할을 해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우선 대외원조에 대해서는 "질적인 발전을 도모해 나갈 것"이라며 "과거 근면, 자조, 협동의 정신으로 우리의 농촌 빈곤퇴치에 기여한 '새마을운동 모델'이 지구촌에 확산되도록 경험을 공유하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기후변화 문제 해결과 관련해서는 "무엇보다 녹색기후기금의 조속한 정착과 글로벌 녹색성장기구의 개도국 지원확대에 협력할 예정"이라며 "또한 한국은 기후변화 대응을 부담이 아닌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고 기술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와 시장,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에너지 신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과실을 개도국들과 함께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오늘 날 중동과 유라시아, 동북아에서 전개되는 상황은 유엔의 창설자들이 구상했던 평화롭고 정의로운 세계의 꿈과는 거리가 멀다"며 "현재의 불안정한 혼란 상황을 극복하는 첫 걸음은 주권과 영토보존의 존중, 유엔 헌장에 위반하는 무력행사와 위협의 자제, 인권과 인도적 가치에 대한 존중이라는 국제사회의 기본질서와 규범을 지키는데서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