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되는 ‘사이버 검열’ 논란에 카카오·네이버 ‘벙어리 냉가슴’

2014-09-24 13:38

[카카오(위)와 네이버 ]

[일러스트=김효곤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정광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강경 발언과 검찰의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 신설에 따른 이른바 ‘사이버 검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와 네이버 등 국내 주요 IT 기업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루머가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어 고객 이탈 등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 측의 ‘엄포’로 해당 논란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산업 발전을 선도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국내 IT 기업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빅브러더? 커지는 ‘사이버 검열’ 논란

‘사이버 검열’ 논란의 시작은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에 따른 검찰의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 신설이다.

지난 16일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사이버상에서 국론을 분열시키는 폭로성 발언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우려를 표하자 검찰은 즉각적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관련 수사팀을 신설했다. 18일에는 대검, 서울중앙지검, 법무부, 안전행정부, 미래창조과학부 등의 정부 기관과 카카오, 네이버, 다음 등 관련 기업들이 참여한 대책 회의를 진행했다.

해당 회의에서는 포털 및 메신저에서 문제 발생의 소지가 있는 사안이 무분별하게 유포될 경우, 이를 제재하기 위해 해당 기업과 정부가 유기적으로 협조한다는 개괄적인 내용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를 통해 각 기업들이 실시간 모니터링을 실시한다는 식으로 와전되며 사실상의 정부 검열이라는 국민적 반발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각 기업들은 정부와의 협의가 고객들의 사생활을 감시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미 기업별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 방지를 위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으며, 정부의 요청이 있더라도 정보통신보호법에 의거해 개인정보보호 절차에 따른 요구에만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측 역시 “상시 모니터링은 모바일 메신저가 아닌 포털이 대상이며 이 부분도 (검찰이 아닌) 관계 기관이 담당할 것”이라며 “영장 없이 메신저나 포털을 사용하는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확인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있을 수도 없는 일이며 이런 요구를 할 이유도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이버 검열’ 논란에 따른 여파는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이미 상당수의 고객들이 카카오톡 대신 해외 메신저를 사용하자는 집단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국내 포털사들이 정부에 협조했다는 오해로 인한 반감도 거세지고 있다. 정부의 ‘엄포’로 국내 IT 기업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책임한 ‘엄포’에 국내 기업만 ‘속앓이’

특히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은 카카오톡을 향한 고객들의 불안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정부가 카카오톡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려 한다는 논란 때문에 해외 메신저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현 정부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 상황이기에 검찰 측의 해명마저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카카오톡의 정책 및 시스템을 고려할 때 정부의 실시간 모니터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톡 메시지는 2일에서 5일 정도만 저장된다. 이는 고객 서비스를 위한 카카오 내규에 따른 것으로, 기일이 지나 삭제된 메시지는 복구가 불가능하다. 사용자의 로그 기록은 관련 법령에 따라 90일까지 보존된다.

보관된 메시지 역시 검찰이 법원에 정보 열람을 요청하고 이를 법원이 승인, 카카오에 정식으로 영장을 발부하지 않는 이상 절대로 유출될 수 없다. 적법 절차 기간을 고려할 때 실시간 모니터링은 성립될 수 없는 셈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하루에만 60억건 이상의 메시지가 오가는 카카오톡을 실시간으로 감시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메시지 정보 역시 합법한 절차가 아니라면 공개를 하지 않기 때문에 고객들이 우려하는 ‘메신저 검열’은 낭설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사실과 다른 루머로 인해 대규모 고객 이탈까지 걱정해야 하는 카카오의 고충만 커지고 있다.

네이버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이미 자체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고객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과는 다른 ‘정부 검열’ 논란에 당혹해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가 고객의 정보를 정부에 제공할 때는 영장을 전제로 한다”며 “현재 거론되고 있는 정부 협력설은 터무니없는 말”이라고 밝혔다. 일부 누리꾼들은 네이버 대신 해외 메일 사용을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번 사태는 정부가 관련 정책 및 수사팀이 제대로 자리잡기도 전에 무책임한 ‘엄포’로 혼란을 가중시키며 발생했다는 점에서, 정부가 오히려 IT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성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검찰이 수사계획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시작된 ‘사이버 검열’ 논란으로 사용자들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국내 IT 기업 및 업계 전반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안타깝고 우려스럽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