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의 현대차호 '삼성동 시대' 연다

2014-09-18 14:42

[일러스트=김효곤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윤태구·박재홍 기자 = 현대차그룹의 '삼성동 시대'가 열린다. 18일 현대차그룹은 서울 강남의 마지막 금싸리기 땅으로 불리는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 입찰에 낙찰자로 선정됐다. 10조5500억원이라는 통 큰 베팅을 통해 경쟁 상대인 삼성을 따돌렸다.

현대차의 베팅 금액은 재계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감정평가액(3조3346억원)보단 3배 이상 많다. 시장에서는 4조원 안팎에서 낙찰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대차그룹이 10조원이 넘는 금액을 써냈을 지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등 그룹 총수 일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계동 시대에 이어 정몽구 회장의 양재동 시대를 지나 정의선 부회장의 삼성동 시대로 본격 접어들 전망이다. 특히나 현대차그룹의 삼성동 사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2020년은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경영승계가 마무리될 시점으로, 삼성동은 정의선 시대의 상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의 계열사로 컨소시엄을 꾸려 한전 부지 입찰에 참여했다. 삼성동 한전 부지는 축구장 12개 정도의 크기인 총 7만9342㎡ 규모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계약체결일로부터 1년 이내 4개월 단위로 3회 분납으로 인수가격을 낼 예정이다. 조기 대금납부시 소유권 이전이 빨라진다. 이번 입찰에는 총 13개 업체가 참여했으나 유효 입찰은 현대차 컨소시엄과 삼성 2곳에 불과했다.

삼성과 현대차그룹 양측은 입찰 마감시한인 전날 오후 4시까지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다 막판에 인수 희망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이곳 부지에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건립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곳에 현대차그룹 제2 도약을 상징하는 차원이 다른 공간을 만들 것"이라며 "100년 앞을 내다 본 글로벌 컨트롤타워로서 그룹 미래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자동차메이커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통합사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지를 여러 번 밝힌 바 있다. 서울시 소재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30개사, 소속 임직원은 1만8000명에 달하지만 양재사옥 입주사는 5개사에 불과하고, 근무인원도 5000명 안팎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역삼동을 비롯한 서울 및 경기 일대 외부 빌딩을 임대해 입주해 있으며 주요 임원의 업무회의 참석을 위한 이동에 적지 않은 시간이 허비되고 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뚝섬에 110층 규모의 사옥을 짓는 뚝섬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초고층 규제에 막혀 무산된 바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 세계 각지에 산재한 사업장과 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된 계열사를 일괄 관리할 수 있는 통합컨트롤타워 건립이라는 현실적 필요성과 글로벌 경영계획, 미래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결정"이라며 "한전 부지 인수는 단순한 중단기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글로벌 경영 차원에서 30여개 그룹사가 입주해 영구적으로 사용할 통합사옥 건립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이번 낙찰 결과를 두고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번 낙찰 금액을 비롯해 현대차그룹이 한전 부지를 GBC로 개발하기 위해선 추가적으로 막대한 개발비용이 소요된다. 대략 예상되는 금액만 해도 부지 매입 비용을 포함해 건설 비용 등만 총 20조원 가까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크게 걱정이 없다는 반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부지 매입 비용을 제외한 건립비 및 제반비용은 30여개 입주 예정 계열사가 8년 간 순차 분산 투자할 예정이어서 사별 부담은 크지 않다"며 "지난 10년간 강남 지역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외부 변수에도 불구하고 연평균 9%(핵심 지역은 10% 이상)에 달했기 때문에 향후 10~20년 후를 감안할 때 미래가치는 충분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