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권리금 법제화… 임차인 권리 강화한다
2014-09-16 17:22
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앞으로 상가 임대인(주인)이 임차인(세입자)의 권리금을 빼앗기 위해 기존 임대계약을 일방적으로 종료하는 등 부당한 개입을 할 경우 임차인이 임대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16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소상공인 등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상가 권리금을 법적으로 제도화하는 내용으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2월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권리금의 법적 정의를 도입, 실체를 인정하고 거래 시 표준 계약서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상가 권리금이 현행법에 명시되지 않고 임차인 사이에서 암암리에 거래되다 보니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일이 빈번했다. 2009년 발생한 용산참사의 발단 역시 상가세입자들의 '상가권리금'이 토지 및 건물 감정평가 항목에서 빠진 채 보상액이 지급에서 비롯됐다. 특히 은퇴자들의 자영업 진출이 늘면서 권리금 규모도 크게 증가하고 피해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권리금 분쟁 사례를 보면 매매·경매 등을 이유로 임대인이 바뀌거나 임대인이 직접 영업을 하겠다고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등 임대인이 개입된 사례가 많다. 이 경우 현행법상 임대인은 상가 권리금에 대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임차인이 소송을 하더라도 권리금을 돌려받기 어려웠다.
이에 정부는 우선 임차인이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임대인이 개입하는 경우 임차인이 임대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상가 권리금이 양성화되고 분쟁이 줄어 자영업자들의 영업 안전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했다. 이밖에 정부는 주먹구구식으로 산정되던 권리금 감정평가 기준을 매년 정부 고시로 발표하고, 임차인이 떼인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권리금보험 상품도 개발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권리금에 대한 임대인의 법적 근거가 없어 소송을 해도 임차인이 승소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이번 대책은 권리금 회수액이 0이 되는 것은 막자는 데 법안 취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현금 거래를 통해 권리금 규모를 낮추는 이면 계약이 발생하는 등 권리금의 음성화가 심화될 수 있다"며 "상가 임대차보호법상 기간 보호 외에 권리금 보호도 강화하다 보면 권리금을 통한 아무 이익도 없는 임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상황도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권리금을 근거로 한 임대료 인상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상가권리금 관련 피해를 구제하는 보험상품 개발과 권리금 전담 분쟁조정기구 설치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담 기구가 마련되면 대화를 통해 협의적으로 분쟁을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갑작스러운 법제화보다 현재 상황이나 수준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양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정부는 여론 수렴을 거쳐 이달 말까지 대책을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