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금융'의 실종… 자취 감춘 자리에 '기술금융'이 대체
2014-09-11 16:04
정부 치맛바람에 따른 일회성 지적
이처럼 은행들이 정권의 입에 따라 '갈 지'자 행보를 보이면서 통일금융을 놓고 관치금융의 또다른 전형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초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 발언 이후 잇따라 출시되던 통일금융 상품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줄어든 모습이다.
지난 7월까지만 해도 각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통일금융 상품을 출시하고 관련 부서를 신설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우리은행은 '우리겨레 통일 패키지' 상품을 출시했고, KB국민은행도 'KB동일기원적금'을 선보였다. 기업은행 역시 'IBK진달래통장', 'IBK모란통장' 등의 상표등록을 한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도 통일 금융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통일금융 마련에 착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분위기는 불과 몇 달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에서 금융 보신주의를 지적하며 '기술금융'을 강조하고 나선데 따른 것이다. 은행들은 현재 통일금융 상품을 뒤로 하고 기술금융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은행들이 정권의 치맛바람에 휘둘리는 것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MB정부 시절에는 녹색성장 정책에 맞춰 녹색금융에 집중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자 금융권에서 녹색금융의 존재는 잊혀졌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당시인 지난 2011년 문을 연 녹색융종합포털은 유명무실한 상태다. 이는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등과 관련한 예·적금, 카드, 펀드, 보험, 대출 등 각종 금융상품을 소개하는 사이트다. 이 사이트를 보면 2012년 이후 출시된 녹색금융 상품은 단 하나도 없다. 그 이전인 노무현 정부 때 나왔던 '동북아 금융허브론' 역시 정부가 바뀌면서 표류하고 말았다.
이처럼 은행들이 정권의 입김에 따라 휘둘리는 구태를 반복하면서 금융권의 관치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행들의 보여주기식 행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앞서 통일금융 상품의 실효성에 대해 현장에서는 의문이 많았지만 정부 정책이 그러하니 일단 따르고 보자는 분위기였다"면서 "지금이야 은행들이 기술금융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 역시 정책이 바뀌면 단발성으로 끝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