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KB금융 회장 "중징계 납득 못해"…징계 사유 반박, 금융당국에 역공
2014-09-10 16:04
아주경제 김부원·문지훈 기자 =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최근 자신에 대한 징계 수위가 경징계에서 중징계로 상향된 것과 관련해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에게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나섰다. 금감원의 징계 근거가 미약한 데다 금감원의 지적 사항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아 중징계 처분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로써 그동안 '임영록 대 이건호'였던 갈등 구도가 '임영록 대 최수현'으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임영록 "중징계 결정, 타당한지 반문"
임영록 KB금융 회장은 10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심도있게 논의해 내린 경징계 판단을 금감원장께서 중징계로 상향했다"며 "이러한 결정으로 조직 화합과 경영 정상화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KB금융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국민은행) 주전산기 전환 사업으로 KB의 건전한 경영을 저해한 것이 없다"면서 "오히려 이 프로젝트를 보고받을 때마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처리하라고 강조해왔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에서 지적한 컨설팅 보고서 왜곡에 대해서는 보고서 상 금액은 벤치마킹테스트(BMT)를 실시하기 전의 금액으로 추후 BMT를 실시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중복되는 금액이라 삭제했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임 회장은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과정에서 업체선정이나 가격, 최종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책임질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는 오는 12일로 예정된 전체회의에서 임 회장에 대한 금감원의 중징계를 원안대로 확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임 회장을 통해 KB금융의 경영위기를 타개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조속한 경영안정 및 정상화를 위해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임영록, 권리구제 추진 시사…차기 국민은행장도 관심사
임 회장은 또 KB 전 계열사의 비상경영체제를 통해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이루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은행을 비롯한 전 계열사가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해 하루빨리 정상화를 이루고 KB가 리딩뱅크 위상을 반드시 회복하도록 할 것"이라며 "조직안정화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사실상 금융위원회로부터 중징계가 최종 결정되더라도 남은 임기를 마치겠다는 의사 표현으로 해석된다. 임 회장은 적극적인 소명에도 불구하고 금융위 회의에서 중징계가 최종 확정되더라도 이의신청이나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의 권리구제 방법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의신청의 경우 현행 규정상 제재통보서 또는 검사서를 받은 날로부터 1개월 내에 신청 취지와 이유를 기재한 신청서 및 증거서류 등을 제출해야 한다. 서류가 접수되면 금감원은 심사 또는 조정 절차 등을 거쳐 제재심에 결과를 부의하고 금융위에 안건을 상정해야 한다. 이의신청은 최대 90일간 심사·조정이 가능해 최종 결과는 연말쯤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 회장의 향후 행보와 함께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의 후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건호 행장이 중징계 통보 직후 곧바로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벌써부터 차기 국민은행장을 둘러싼 하마평이 무성하다. 일단 정부가 금융권 인사에 '관피아'를 배제하기로 한 만큼 순수 금융인 출신이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또 KB금융의 혼란스런 분위기를 감안할 때 내부 출신 인사가 유력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이 전 행장 선임 직전까지 유력한 차기 행장 후보로 꼽혔던 김옥찬 전 부행장과 최기의 전 KB국민카드 사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두 사람은 현재 서울보증보험 차기 사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과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도 물망에 올라 있다. 다만 두 사람은 금융협회장으로도 주목받고 있으며, 윤 전 행장의 경우 관료 출신이라는 점이 걸림돌이다.
국민은행장이 새로 취임하게 되면 임원진도 대거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임기가 끝난 임원들도 있는 데다 만약 임 회장마저 중징계가 확정돼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다면 'KB금융 발 인사태풍'은 당초 예상보다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