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사고 평가 선택과목 편성이 당락 가른 듯

2014-09-04 16:06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 서울시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 평가에서 다양한 선택과목 편성이 당락을 가른 것으로 추정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4일 자사고 운영성과 종합평가를 발표하고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우신고, 이대부고, 중앙고 등 8개 학교가 미달 점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평가에서는 배점이 지난 1차 평가에서 5점이었다가 8점으로 늘어난 다양한 선택과목 편성.운영 정도에서 점수 차가 나고 추가 지표로 들어간 감사 등 지적 사례에 따른 5점까지의 감점, 지난 1차 평가에서는 각 지표에서 미흡 판정을 받더라도 1점을 받았으나 종합 평가에서는 0점을 준 것이 8개 학교의 미달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성기선 자사고 운영성과 종합평가단장(가톨릭대 교육학 교수)는 “교육과정의 다양성 확보 노력에 대한 배점이 결정적 변수 중의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평가단은 교육과정의 다양성 확보 노력 항목에서는 이중시간표 운영이나 예비학교 운영 등을 점수에 반영했다.

지난 1차 평가시 4점에서 6점으로 배점이 늘어난 선행학습 방지 노력 지표는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성 단장은 “지표를 만든 팀에서 배점을 늘려 외부 자료 등을 반영할 경우 대상 학교들이 모두 탈락하는 것으로 나왔지만 평가단은 외부 자료를 반영하지 않고 1차 평가를 그대로 반영하기로 해 결과적으로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선행학습 방지 노력 지표에서 대상 학교들의 1차 평가시 부풀려진 점수가 오히려 더 부풀려지면서 점수만 좋게 받았다는 것이다.

교육청 재량 평가는 자사고들이 현장 조사와 재량평가 보고에 협조하지 않아 기존 확보 자료들을 활용했다.

추가된 교육청 재량평가 중 5점 배점의 자사고 설립취지에 맞는 운영 인식 정도 지표는 지난 6월 평가 만족도 조사시 활용하지 않았던 설문 결과를 재활용했다.

조사에서 수능점수를 높이기 위해 진학했는지, 우수학생과 함께 공부하기 위해 진학했다는 답이 많은 학교일수록 낮은 점수를 받았다.

자부담 공교육비 적절성은 등록금 외 수익자 부담경비 등 자료를, 학생참여와 자치문화 활성화 지표는 동아리나 학생법정 자료 등을 활용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향후 청문 및 교육부와의 협의를 거쳐 10월에 지정 취소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협의를 요청하더라도 교육부가 평가를 인정하지 않고 반려하겠다는 방침으로 충돌이 예상되는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은 미달 학교를 대상으로 청문 절차를 거쳐 지정 취소 학교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지정 취소를 서울시교육청이 지속 추진할 경우 교육부는 지방자치법 에 따라 시정명령을 하겠다는 방침이어서 갈등이 지속되고 결국에는 양측간 소송전이 벌어질 조짐이다.

미달 학교들도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 자사고들은 이미 끝난 6월 평가를 통과했는데도 지정 취소 목적을 위해 지표를 수정하면서 재평가를 진행해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도 자사고가 5년 단위로 평가하도록 규정돼 있고 2014년 평가대상 학교 가운데 탈락한 학교는 2015학년도부터 지정취소해야 하지만 재평가를 통해 2016학년도부터 지정취소하는 것은 지정기간을 규정에 없이 1년 연장하는 것으로 부당하고 평가를 마친 자사고 재평가 및 지정취소는 교육감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당초 공지된 평가지표 외 새로운 평가지표를 추가해 재평가를 실시한 데 대해서도 당초 평가 기준을 신뢰한 자사고에 손해를 가할 수 있어 위법이라고 밝혔었다.

조 교육감은 이날 “지정 취소 결정을 위한 절차를 밟게 될 학교 가운데 모교(중앙고)도 포함돼 있다”며 “평가지표를 통해 결과가 이렇게 나온 것을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 제도 폐지는 교육감 권한이 아니라 국회 법 개정에 따라 가능한 일”이라며 “정기국회에서 자사고 존폐 문제를 중요 의제로 삼아주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내 자식 잘 키우기 관점에서만 접근하지 말고 우리 자식 함께 잘 키우기 관점에서 접근하자”며 “자사고 학부모들도 고교 서열화와 학벌사회의 피해자로 자사고에서 기대하는 것을 일반고에서도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교육감은 또 “자사고가 지정 취소된다고 해서 학교의 생명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들 학교는 이미 훌륭한 교육을 펼쳤던 명문학교로 수평적 공교육에서 벗어나 실험을 마치고 제자리로 돌아가 전통과 역사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보지도 않고 평가 협의 요청을 반려하겠다는 교육부의 성숙한 접근을 당부한다”며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진 황우여 장관과 협의를 위한 만남을 요청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