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불 붙은 '담뱃값 인상' 찬반논쟁…입법 가시밭길 예상
2014-09-04 14:38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정부가 국민건강 보호를 명분으로 담뱃값을 현재보다 2000원 오른 4500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나섰지만, 실제 인상이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정부와 정책공조를 해야하는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제법 있는 데다, 야당은 국민들의 '세금 부담 증가'를 이유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국회 최종 입법까지 가시밭길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단 여론은 정부가 추진하려는 담뱃값 인상에 호의적이다. 지난 7월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0원 인상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59%로, 반대한다는 응답 35%에 크게 앞섰다. 8월 모노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찬성 61% △반대 27%로 나타났다.
새누리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인 나성린 의원은 지난 3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담배 관련 세금 인상에 대해서는 다수 국민이 동의하는 것 같다"며 "물가 상승을 감안해도 담뱃값을 1000원 정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세수확보 효과를 찬성 이유로 들었다. 나 의원은 "담뱃값을 인상하게 되면 세수증대 효과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은 사실"이라며 "흡연억제라는 좋은 목적도 달성하고 세수도 확보할 수 있으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그는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는 것으로 결정하더라도 두 차례로 나누어 이번엔 1000원을 인상하고, 3~5년 경과 기간을 두고 나머지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인상시기, 인상방법, 담배 제세부담금구조 개편도 같이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내대표를 지낸 이한구 의원도 담뱃값을 500원 인상하고 추후 물가에 연동해 인상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한 바 있어, 인상폭과 인상시기는 당정협의를 거쳐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반면 야당은 세수 확보를 위한 '서민 주머니 털기' 라며 반대하고 있어, 정부 입법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짙다.
새정치연합 김정현 부대변인은 4일 논평을 통해 "담뱃값은 사실상 직접세에 가깝고 이런 담뱃값을 올린다는 것은 힘없는 서민의 주머니를 털겠다는 의도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담뱃값 인상 명분으로 국민건강 증진을 들먹이고 있으나 이것은 금연단체 캠페인 수준"이라며 "국민들의 흡연량을 줄일 각종 대책을 먼저 내놔야 하는 게 순서"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의사출신인 새정치연합 김용익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정부의 2000원 인상 계획은) 금연효과는 낮고 다만 국민들의 부담은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담뱃값 인상은 한쪽에서는 가격을 올려 금연하게 하고 다른 한편은 거둔 돈을 건강증진과 금연에 투자하는 양면작전인데, 정부는 한쪽 측면(금연효과)만 얘기하니 반쪽짜리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리나 흡연인구 가운데 저소득층의 흡연율이 높다는 점에서 국회가 수많은 민생 법안을 제쳐두고 담뱃값 인상을 재추진에 힘을 싣을 경우, 여야 모두 비난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 소득이 낮은 사람이 담배에 붙는 각종 세금을 더 부담하는 '소득 역진성' 문제로 인해 '민생 정치'에 역행한다는 부담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이날 PBC라디오 인터뷰에서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 세금을 걷어야 하는데, 저소득층이 더 많이 소비하는 담뱃값을 올리는 것은 빈부격차만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국민건강을 위해 담뱃값을 올린다는데, 현재 담배로 거두는 세금은 2조원인데 반해 건강증진기금에 쓰는 돈은 89억원 밖에 안된다. 이용방안이 투명하지 못한 인상안은 세수 부족을 메우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편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발표한 '담배 가격 인상에 따른 재정영향분석' 보고서를 통해 담뱃값 한갑당 2000원이 오르면 연간 담배 세금은 지금보다 5조원 이상 늘어 13조원이 걷힌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