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넘버2 파워블로거 사칭' 20대 여성 부유층 상대로 41억 사기

2014-09-04 10:27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파워블로거라고 자신을 속이고 "싼 가격에 물건을 대신 사주겠다"며 41억원을 편취한 2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박모(23) 씨를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은 또 박씨에게 부유층 주부 등 피해자를 소개해 준 혐의로 박씨의 고종사촌인 장모(38·여) 씨와 미용실 원장 정모(43·여)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유명 포털사이트의 '넘버 2' 파워블로거라고 속이며 지난해 11월 A씨에게 "수입자동차 벤츠를 80% 할인된 금액에 협찬 받아 구매해 주겠다"며 예치금 명목으로 차량 가격의 30%에 해당하는 2133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박씨는 또 B씨에게 "30억원에 달하는 용산구 한남동의 74평형 고급 아파트를 7억~10억원에 구매할 수 있다"고 속여 예치금 명목으로 3억원을 받아 챙기는 등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8월까지 "협찬을 통해 명품가방과 수입자동차, 고급주택, 금괴, 골프회원권 등을 30~70% 할인된 금액에 구입하게 해주겠다"며 20명으로부터 72회에 걸쳐 41억원 상당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주로 샤넬과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고가의 명품 가방과 벤틀리와 아우디, 벤츠 등 수입자동차, 한남동과 분당 정자동의 고급 아파트 등을 협찬받아 저렴한 금액에 대신 구매해 주겠다고 피해자들을 속였다.

조사결과 박씨는 자신을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활동하는 파워블로거 중 영향력 기준 2위의 유명인이라고 소개하면서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박씨의 이야기는 모두 거짓이었다. 박씨 블로그의 포스팅 개수는 손으로 꼽을 수준이고, 접속자도 거의 없어 파워블로거와는 거리가 멀었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는 수백만원대 명품백을 50% 가격에 구매해 주겠다고 한 뒤 오프라인 매장에서 미리 대금을 지급한 상품을 가져가도록 하는 수법으로 피해자들의 경계심을 무너뜨렸다"고 말했다.

박씨는 일단 신뢰를 얻은 상대에게는 작게는 수천만원짜리 수입차에서 크게는 수십억원짜리 아파트를 싼 가격에 사게 해주겠다고 접근한 뒤 대금의 10~30%를 계약금이나 예치금 명목으로 받아 챙기고 잠적하는 수법을 썼다.

이후 수입 자동차와 고급 주택 등으로 사기 대상물 규모가 커지자 박씨는 피해자들에게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되는 이야기"라며 입단속을 시켰다.

이런 수법에 피해를 본 이들은 대부분 부유층으로 현역 야구선수와 중견기업 회장 부인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박씨는 대학을 중퇴한 뒤 특별한 직업 없이 지내던 상태였으며 해당 포털에 확인한 결과 파워블로거라고 해서 특별히 협찬이나 지원을 받는 것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박씨에 대한 여죄를 수사 중인 경찰은 유명 포털사이트 파워블로거를 사칭하는 이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검거활동을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