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식 외교' 시작됐나…강석주 이번주 유럽 순방&리수용 이달 하순 방미
2014-09-02 16:43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김정은식 외교'가 시작됐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는 강석주 북한 노동당 국제비서가 이르면 이번주 후반부터 유럽을 순방할 것으로 2일 알려지면서, 이달 하순 예정된 리수용 북한 외무상의 미국 방문까지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2일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강 비서는 이번 주 후반부터 독일, 벨기에, 스위스, 이탈리아를 차례로 방문한다. 벨기에에서는 유럽연합(EU) 측과의 일정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문은 형식적으로는 방문국 정당과의 당 대 당 교류 차원에서 추진될 예정이다.
리수용 외무상의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방문과 시기가 맞물리면서 정부는 강 비서의 순방중 북·미, 북·일 접촉을 벌일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이들 국가들에게 외교 경로를 통해 북핵 및 미사일 도발의 부당성을 설명하고, 북한을 간접 설득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강 비서가 유럽에서 미국이나 일본측 인사들과 비밀 접촉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강 비서가 과거 유럽 지역에서 북·미 비공개 접촉을 주도했고, 북한의 핵 동결과 핵사찰·핵시설 해체의 대가로 경수로와 중유를 받고 북·미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제네바 합의를 1994년에 만든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비슷한 시기 북한의 대표적인 북미·북핵 외교라인인 리 외무상의 방미 행보도 주목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강석주의 유럽 방문을 포함해 북한 외교가 공세적인 모습을 띠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북한의 고립탈피 노력의 일환으로 보이지만 별 소득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당국자는 "강석주가 방문하는 EU국가들이 북한문제에 대해 핵, 인권, 남북관계 개선을 주장하는 비판적 관여 정책을 펴고 있다"며 "이들 국가를 통해 북한에 올바른 메시지가 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리 외무상의 방미 길에 동행하는 북한의 대미(對美)라인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체제에서 대미 핵협상을 설계하고 담당했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김 제1부상의 후임으로 북측 6자회담 수석대표가 된 리용호 외무성 부상, 유엔 차석대사 출신인 한성렬 외무성 미국 국장 모두 미국과의 협상 경험이 있는 미국통이라는 점에서 이번 리 외무상의 방미 길에 동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또 현재 유엔 외교를 맡고 있는 자성남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사와 북·미 막후 소통 창구인 이른바 '뉴욕채널'을 담당하는 리동일 차석대사가 리수용 외무상의 방미 길에 힘을 보탤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패트릭 벤트렐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공동대변인이 지난달 31일 미국의 대북 기조가 불변하다는 원칙론을 강조하면서도 "북한과의 대화는 열려 있고 뉴욕 채널을 활용할 수 있다"고 언급해 북한으로서는 미국과의 대화 물꼬를 틀 수 있는 계기로 삼을 가능성이 농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