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경의 머니마니]본전 생각에 발목이 잡힌다면

2014-09-02 12:00

 

이따금 지하철을 반대 방향으로 타는 경우가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몇 정거장을 더 가서야 상황을 파악하고 부랴부랴 내린다. 반대 방향으로 지하철을 탔다면 서둘러 내리는 것이 상책이다.

흘러간 시간과 노력이 아깝다고 목적지를 바꿀 수는 없다. ​그런데 실수를 인정할 수 없어 처음의 방법을 계속 고집한다. 이렇게 투자한 시간, 비용, 노력 등이 아까워 더 큰 손해를 입을 확률이 커도 포기하지 못하는 현상을 '매몰 비용의 오류'라 한다. 

하노 백은 '부자들의 생각법'에서 이미 잃은 돈에 집착하는 성향을 버리지 않는 한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 투자하는 곳에 계속 투자하려는 성향이 있다. 그런데 투자를 계속할 것이냐, 그만둘 것이냐를 결정하는 데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

투자가 잘못 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지금까지 얼마를 투자했든 즉시 중단해야 한다. 망설이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더 많은 돈을 잃는 것은 물론이고 만회할 기회마저 날아가 버린다.

상담을 하면서 가장 많이 접하는 경우가 바로 '매몰비용의 오류' 때문에 경제적으로 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매몰비용의 오류에서 빠져나오도록 해주고 전문가의 관점에서 조언해 줄 수 있는 재무상담사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전망이 좋지 않은 기업의 주식이나 운용이 잘 되지 않는 펀드를 갈아타지 못하고 물타기를 하는 것도 매몰비용의 오류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물타기는 수익은 커녕 손실을 극대화 하는 지름길이다.

​기업의 가치는 변동 없거나 펀드운용에도 문제가 없는데 타이밍상 고점에 들어가 하락시 추가매수를 하는 것을 분할매수라고 한다. 물타기가 아닌 분할매수를 해야 한다. 추가 매수를 하고 싶다면 일단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자.

"내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펀드를 부모님께 또는 친구에게 지금 추천 해줄 수 있는가?" 아니라면 분할매수가 아니라 물타기에 불과하다.

보험에서도 이러한 현상을 쉽게 볼 수 있다. 매월 과도한 보험료를 지출하면서도 그 동안 낸 돈이 아까워 불필요한 보험을 계속 유지하는 소비자들도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자. 

"내가 가진 보험을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추천해줄 수 있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계속 돈을 내고 있다면 '매몰비용의 오류'에 빠져 있는 것이다. ​

/ 조영경 희망재무설계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