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탄소섬유 적용 '미미'…현대제철 사업 위축 우려 때문?

2014-09-01 17:31
정몽구 회장, 현대제철에 탄소복합차체 수준의 경량화된 소재 개발 주문


아주경제 김지나 기자 = 현대‧기아차가 연비 절감을 위해 석유화학 회사와 함께 탄소섬유 차량 적용 기술을 개발했지만 실제로 이 기술을 적용해 생산되는 차량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을 두고 현대‧기아차가 탄소섬유 적용 차량이 늘면 상대적으로 철 사용량이 줄어 계열 철강사 현대제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몽구 회장이 최근 현대제철에 '탄소복합차체 수준의 경량화된 소재 개발'을 지시한 것도 현대차 계열사에 석유화학회사가 없는 상황에서 주력계열사인 현대제철의 사업 위축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현대자동차는 롯데케미칼과 공동으로 차체 프레임에 초경량 탄소섬유 복합재를 적용한 컨셉카 '인트라도'를 공개했다.

자동차의 골격인 차체 프레임은 보통 철을 이용해 만드는 데 이 프레임에 철 대신 탄소섬유를 적용한 것이다. 차체 프레임에 탄소섬유를 적용하며 자동차 중량은 기존의 60% 이상 줄였다.

최근 자동차 업계의 최대 화두는 연비 개선을 위한 경량화다. 경량화의 핵심 기술로는 차체에 쓰이는 무거운 철을 대체할 수 있는 탄소섬유가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회사 내부적으로 차량에 적용하는 탄소 및 알루미늄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 전담 조직을 꾸리고 있다"며 "탄소섬유 자동차 적용에 대한 기술력도 이미 확보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에선 탄소섬유를 적용한 차량을 거의 생산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의 탄소섬유 적용 사례는 최근 공개된 신형 쏘렌토 신차 와이드 파노라마 선루프에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을 사용한 것이 유일하다.

이를 두고 석유화학사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적극적으로 탄소섬유 적용 차량 생산하지 않는 이유는 계열사에 현대제철 때문"이라며 "자동차에 적용되는 탄소섬유가 많아질수록 철 사용량은 줄고, 그로 인해 현대제철엔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6월말 기준 현대제철은 기아자동차가 지분 19.78%,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11.84%, 현대자동차가 7.87%를 가지고 있다.

반면 현대차는 탄소섬유 적용 차량 대신 차량 경량화를 위해 현대제철에서 생산하는 초고장력강판 사용량을 늘리고 있다.

초고장력강판은 60~120㎏ 급의 외부 하중을 견딜 수 있고 탄력성이 좋다. 이 강판을 사용할 경우 차체 무게가 10% 가량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다른 석유화학사 관계자는 "미국 등 해외 자동차 기업은 연비를 개선하기 위해 탄소섬유 이용 등 차체 경량화를 많이 추진한다"며 "반면 우리나라 기업은 계열사 문제 등으로 차체 보단 연료를 통한 연비 절감을 노려왔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탄소섬유를 차량에 적용하지 못하는 것은 가격의 문제가 가장 크다"며 "탄소섬유를 차량에 적용하면 차 값이 크게 올라 가격이 높은 프리미엄 자동차에만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