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 선언문 발표…공식 통합절차 진행(종합)
2014-08-19 16:52
조기통합 시너지 1조원…외환은행 노조 반발 변수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하나·외환은행이 통합 선언문을 발표하고 조기 통합작업에 정식으로 착수했다. 조기 통합이 완료되면 은행권에 상당한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1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김종준 하나은행장과 김한조 외환은행장을 비롯한 두 은행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하나·외환은행 통합을 위한 선언문'을 발표하고 조기통합을 공식화했다.
◆김정태 회장 발언으로 시작된 조기통합 논의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세계적으로 보면 저성장·저수익 시대가 되면서 유수한 글로벌 금융그룹들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이제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할 시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합의 위반"이라며 반발하고 나섰지만 김종준 하나은행장과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전면에 나서 임직원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12일에는 하나은행 50명, 외환은행 34명의 임원들이 워크숍을 갖고 "통합이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미래 성장을 위한 유일한 대안임을 직시해 적극 추진키로 했다"는 내용의 '조기통합 추진을 위한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후에도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수시로 임직원들과 만나 조기 통합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지난달 21일부터 2주에 걸쳐 본점 부서장 및 지역본부별 지점장들을 만났으며, 지난 4일부터는 14차례에 걸쳐 636명에 이르는 책임자급 이하 일반 직원과도 만났다.
이에 외환은행 내부에서도 통합을 지지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5일에는 본점 부서장들이, 7일에는 경인영업부 소속 지점장들을 시작으로 조기통합을 지지하는 내용의 글들이 게재됐다.
특히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최근 부점장 회의를 주재하는 과정에서 20여명의 부점장들이 통합에 반대하며 참석 거부 의사를 밝히자 참석을 간곡히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카드로의 전적을 신청한 338명의 직원들도 지난 12일 금융위원회에 '외환카드 신용카드업 영위허가 승인 요청 호소문'을 전달하며 조속한 분사 및 하나SK카드와의 통합을 요청했다.
◆조기통합 시너지 효과는?
하나금융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조기 통합으로 연간 3121억원(세전)가량의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기통합이 이뤄질 경우 약 1조원의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비용절감 차원에서 약 2692억원의 시너지를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IT투자 포트폴리오 통합 관리를 통한 중복 투자 방지 799억원 △신용카드 회원모집 및 서비스수수료 절감, IT 투자비용 및 프로세스 등의 비용절감 674억원 △외화부문 조달비용 감소 607억원 △인력 재배치, 통합구매, 중복점포 개선 등을 통한 비용절감 612억원 등이다.
수익증대 측면에서는 하나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업무, 외환은행의 수출입 등 외국환 경쟁력 공유로 인한 시너지 225억원, 신용카드 수익증대 204억원 등 총 429억원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통합 시 점포 네트워크가 975개로 확대되고, 총여신은 200조원으로 늘어나 '규모의 경제'를 통해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활동고객수 역시 550만명으로 증가해 경쟁 은행들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계산이다. 카드 부문에서도 시장점유율이 7.8% 수준으로 높아져 업계 내 6위로 성장하는 동시에 그룹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추가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이날 조기통합을 공식화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본격적인 통합작업을 위해 다음주 중 이사회를 개최해 통합을 결의하고 통합계약서를 승인할 예정이다. 이어 통합추진위원회를 출범한 뒤 주주총회를 열어 통합 승인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최종적으로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으면 통합 절차가 마무리된다.
이 과정에서 통합을 반대하는 외환은행 노조와의 대화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워낙 노조측의 반대입장이 강경해 적잖은 갈등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외환은행 노조는 통합 선언문 발표에 대해 "그동안 사측이 얘기했던 '대화'나 '협의요구'는 모두 거짓말이었다는 게 최종 확인됐다"며 "일방적 사전 합병 추진은 '2·17 노사정 합의서'를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20일 본점 대규모 집회에 이어 금융노조와 연대투쟁을 하는 등 더욱 강력한 투쟁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