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마지막까지 약자편 '위안부 할머니 7명 일일이 손잡고 축복
2014-08-18 13:55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 "죄 지은 형제들을 아무런 남김없이 용서하라"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 방문 마지막 날인 18일 한반도에 평화, 화해, 용서의 메시지를 남기고 한국을 떠났다.
교황은 이날 오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집전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서 "예수님께서는 용서야말로 화해로 이르게 하는 문임을 믿으라고 우리에게 요청하신다. 우리의 형제들을 아무런 남김없이 용서하라는 명령을 통해 예수님께서는 전적으로 근원적인 무언가를 하도록 우리에게 요구하시고,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은총도 우리에게 주신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성경 마태복음 18장에서 베드로가 ‘제 형제가 저에게 죄를 지으면 몇 번이나 용서해줘야 합니까, 일곱 번까지 해야 합니까’라고 묻는 질문에 예수가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 용서해야 한다’고 답한 부분을 인용하며 “만일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들을 용서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우리가 어떻게 평화와 화해를 위해 정직한 기도를 바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교황은 "재난과 분열로 흩어졌던 백성을 일치와 번영 속에 다시 모아들이시겠다는 것이 하느님의 약속"이라며 "이 미사에서, 우리는 당연히 하느님의 이러한 약속을 한민족이 체험한 역사적 맥락에서 알아듣게 된다. 그것은 바로 지난 60년 이상 지속되어 온 분열과 갈등의 체험"이라고 한반도의 분단 현실을 상기시켰다. 이어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인도주의적 원조를 제공함에 있어 관대함이 지속될 수 있도록 우리 함께 기도하자”고 제안했다.
교황은 한반도 화해와 함께 한국 사회 내부의 연대도 촉구했다. 교황은 “그리스도인으로서 또 한국인으로서, 이제 의심과 대립, 경쟁의 사고방식을 확고히 거부하고, 그 대신에 복음의 가르침과 한민족의 고귀한 전통가치에 입각한 문화를 형성해 나가도록 요청한다”고 강론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제 대화하고, 만나고, 차이점들을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기회들이 샘솟듯 생겨나도록 우리 모두 기도하자"면서 "모든 한국인이 같은 형제자매이고 한 가정의 구성원들이며 하나의 민족이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더욱더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자"고 제안했다.
방한내내 낮은 곳으로 향했던 교황의 마지막 미사에는 위안부 할머니가 직접 건넨 배지를 달고 미사를 집전해 그 의미를 더했다. 또 위안부 할머니 7명의 손을 일일이 꼭 잡고 축복했다. 미사에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등이 참석했다. 또 서울공항에서 직접 교황을 영접한 박근혜 대통령도 함께 했다.
한편, 교황은 미사에 앞서 명동성당 문화관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영주 목사, 원불교 교정원장 남궁성 교무 등 12개 종단 종교지도자들을 만나 "서로 인정하고 함께 걸어가자"며 종교 간 화해의 메시지를 전했다.
권위를 버린 소탈함으로 '교황 신드롬'이라 할 정도로 뜨거운 반향을 일으킨 교황은 4박5일간 일정을 마무리하고 이날 낮 12시 45분 서울공항에서 대한항공편 전세기를 타고 출국했다. 이 자리에는 정홍원 국무총리가 공항에 나가 직접 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