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家) 현대제철에 일감 몰아주기 시장 혼란 지적

2014-08-17 08:20


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현대제철의 잇다른 사업진출이 국내 철강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제철의 특수강 사업 진출로 수익 저하를 우려한 동종업체들이 사업매각에 나서고, 관계사에 대한 집중 납품으로 일부 기업은 수익에 직격탄을 맞는 상황이다.

1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자회사인 포스코특수강에 대한 매각 방침을 확정짓고 인수대상자인 세아그룹과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포스코의 갑작스런 매각 발표에 대해 한국노총 경남지부가 2000여명의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반대성명을 발표하는 등 잡음이 일고 있다.

경남 창원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포스코특수강은 스테인레스강과 공구강 등을 생산중이다. 지난해 매출 1조3160억원, 영업이익 420억원을 기록하며 알짜 계열사로 손꼽힌다.
 
포스코의 이번 매각 배경은 현대제철의 특수강 사업 진출로 인한 수익성 하락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즉 현대제철의 특수강 생산이 본격화 될 경우 모기업인 현대·기아자동차가 현대제철의 물량을 소화하면서 다른 업체들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감소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권오준 회장 취임 이후 내실경영에 집중해온 포스코 입장에서는 이번 특수강 매각이 울며 겨자먹기식이라는 해석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6년 현대제철이 연 100만t 수준의 특수강 생산을 시작 할 경우 시장은 더욱 어려워 질 수 있다”며 “현대제철의 특수강 시장 진출에 맞춰 포스코가 특수강 매각을 전격적으로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오죽했으면 세아그룹이 포스코특수강을 비롯해 동부특수강까지 인수에 나섰겠느냐”면서 “확실한 수요처인 모기업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제철의 특수강 사업 진출은 동종업계 타기업에 엄청난 회오리를 몰고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 관계자는 “자동차 생산물량이 증가하는 반면 특수강 등 소재 생산 기업들의 생산물량이 이를 맞추지 못했다”면서 “특수강 공장 건설은 수입대체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제3고로 가동과 동시에 생산중인 후판(두께 6mm이상의 철판)이 현대중공업으로 일괄 공급되면서 국내 후판 생산업체의 수익성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일례로 한 후판생산 업체의 경우 3년새 1조원에 가까운 매출액이 증발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상황이다.

철강업계는 현대제철의 과잉 중복 생산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의 신사업분야 진출에 대해 왈가왈부 할 상황은 아니지만 제품의 과잉 중복생산은 국가적인 낭비”라면서 “현대제철의 현재 사업 형태는 상도의적으로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