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주의 '으름장'에 대책 쏟아내는 은행권…지난해와 판박이

2014-08-13 15:26
잇따라 중소기업 지원대책 발표…실패사례 전락 우려도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지난해부터 중소기업 지원 강화를 외쳐온 은행들이 이와 관련된 추가 대책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금융권의 보신주의에 대해 일침을 가한 데다 정부가 기술금융 중심의 중소기업 지원을 강조하자 서둘러 각종 지원방안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책을 뜯어보면 지난해부터 줄곧 주장해온 것과 별반 다른 내용이 없는 '재탕'이 대부분이라는 지적이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기술 우수기업 지원 확대, 농식품기업금융 역할 수행, 중소기업 금융지원 기반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중소기업금융 종합지원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2017년까지 중소기업여신 규모를 12조원 늘려 66조원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정부의 새 경제정책 추진을 지원하기 위해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확대, 지식·기술금융 지원,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재기 지원 프로그램 등 '금융지원 3대 핵심테마'를 선정했다.

기존 연간 20조원 규모의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자금지원 규모를 25조원으로 확대하고 △연구·개발(R&D) △설비투자기업 △우수 기술력 보유 창조기업 △유망 수출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에게 집중 지원키로 했다.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0.5~2.0%포인트의 특별 우대금리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또 지식 및 기술기반 창조기업 지원을 위해 이공계 출신 변리사 및 석·박사급 전문인력을 채용해 10여명 내외의 지식·기술가치평가 및 지원 전담조직을 신설키로 했다. 지식재산(IP) 금융지원 펀드 조성 추진 및 IP 담보대출 상품도 출시하고 기업당 최대 5억원 한도의 신용대출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실패 기업인의 재기를 돕기 위해 연간 100명 내외의 개인 자영업자와 중소법인을 선발해 창업 자금을 비롯한 각종 컨설팅을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하나은행 역시 영세 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 지원을 위해 담보가액의 최대 1.6배까지 지원하는 '하나 중소기업 행복나눔대출'을 출시했으며 기술신용평가기관(TCB)의 기술신용평가서 기반 대출 취급 규모도 확대키로 했다. 하나금융그룹의 경우 SK텔레콤, 성장사다리펀드, 컴퍼니케이파트너스와 공동으로 '스타트업 윈윈펀드' 조성을 마치고 최근 게임업체 폴리곤게임즈의 전환사채에 2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최근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 및 서민금융 지원 강화에 나서고 있는 모습은 지난해와 그다지 다른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올 들어 기술금융에 대한 지원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이에 대한 지원 방안만 추가된 정도라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은행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 20대 추진과제를 선정했으며, 신한은행은 중소기업의 성장단계별 맞춤형 금융상품을 통한 지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 지원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부실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무작정 지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은행들의 중소기업 지원 강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체감할 수 없었던 것은 은행들의 실제 지원 의지가 약했기 때문"이라며 "추가 지원방안이 나오더라도 결국 중요한 것은 은행들의 의지"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기술금융에 대한 정책적 지속성이 떨어질 경우 실패사례로 전락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중요성이 더해진 기술금융의 경우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다"며 "지난 정부에서 강조됐던 '녹색금융'이 자취를 감춘 것처럼 정책 변화로 인해 언제 또다시 사양화될지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