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몰린 이라크 '알말리키'...중동국가도 등돌려

2014-08-13 13:38

8일(현지시간) 쿠르드자치정부(KRG) 군대가 이라크 북부 아르빌 부근 지역에서 전쟁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아르빌 = 신화사]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최근 이라크에서 총리직을 둘러싸고 내분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중동 국가들이 잇따라 이라크의 하이데르 알아바디 새 총리 지명자 지정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히면서 알말리키 정부가 더욱 열세에 몰리게 됐다.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인 사우드 알파이잘 왕자는 12일(현지시간) 제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누리 알말리키 현 총리의 후임으로 알아바디가 지명된 것은 "좋은 뉴스"라면서 "내가 최근에 들은 소식 가운데 가장 좋은 소식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터키 정부도 이날 외무부 성명에서 "푸아드 마숨 이라크 대통령이 알아바디를 총리로 지명한 것은 긍정적이고 중요한 진전"이라며 지지의사를 표했다.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AL)의 나빌 엘아라비 사무총장도 이날 성명을 내고 국제사회의 새 이라크 총리 지명 환영에 동참했다. 

특히, 시아파 맹주로 알려진 이란마저 알아바디 지명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히면서 알말리키 총리가 전세를 뒤짚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이란최고국가안보위원회에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대변하는 알리 샴카니는 이날 테헤란 주재 외교단과 면담 자리에서 "알아바디가 이라크의 새 총리로 지명된 것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그간 이란은 이라크 수니파 반군의 봉기 이래 같은 시아파인 알말리키 정부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면서도 사태 해결을 위한 새 통합 정부 구성을 촉구해 왔다.

한편, 푸아드 마숨 이라크 대통령은 전날 알아바디 국회부의장을 새 총리로 지명했다. 그러나 3선 연임을 노리고 있는 누리 알말리키 현 총리가 이에 물러설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면서 내분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알말리키 총리는 이날 TV 연설을 통해 마숨 대통려의 새 총리 지명은 헌법 위반이자 국민의 뜻을 저버린 것이라며 법원에 제소를 하겠다고 주장했다.

이후 바그다드 곳곳에는 알말리키 총리에게 충성하는 특수부대와 시아파 무장대원들이 배치되고 지지자 수백명이 보안군의 호위 속에 시위에 나서면서 폭력사태로 이어질 우려감까지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