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유로존 맹주 '독일'...유로존 경제둔화 우려 심화

2014-08-13 15:12

최근 대(對)러시아 경제제재 조치에 타격을 입은 독일 경제가 흔들리면서 유로존 전체 경제둔화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사진 = 중국신문망]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독일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부진한 경제성장세에 최근 대(對)러시아 경제제재 조치의 역풍까지 더해지면서 독일의 경제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그간 유럽의 성장엔진으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경제를 견인해 왔던 맹주 독일이 위기를 맞으면서 이미 저성장이 장기화되고 있는 유로존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4일(이하 현지시간) 발표되는 독일 2분기 GDP 발표를 앞두고 공개된 여러 지표들은 이 같은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12일 유럽경제연구센터(ZEW)에 따르면 8월 경기기대지수는 8.6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 기록한 27.1은 물론 시장 예상치인 17.0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이로써 지수는 8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으며 2012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독일 기업들의 경기체감도를 나타내는 대표 지수인 ZEW의 경기기대지수는 6개월 후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지수가 하락했다는 의미는 독일 경제 전망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그만큼 낮아졌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실제로 앞서 발표된 독일 경제지표들은 투자자들의 불안을 높여왔다.

지난 6일 발표된 6월 독일의 제조업 수주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기업들이 대규모 주문을 뒤로 미룬 탓에 전월보다 3.2% 급감, 시장 예상치인 0.8% 증가를 크게 밑돌았다. 또 다음날 발표된 독일의 6월 산업생산도 전월대비 0.3% 증가하는 데 그쳐 시장전망치인 1.4%에 크게 못 미쳤다.

이날 독일 경제부 또한 8월 월간보고서를 통해 독일의 2분기 경제성장 모멘텀이 둔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부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로 투자 심리가 위축돼 산업수주와 생산, 판매가 2분기 감소했다"며 "경제 제재로 직접적 영향보다 불확실성에 독일 경제가 더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대 러시아 제재조치가 러시아와 가장 많은 경제교류를 하고 있는 독일 경제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독일 GDP의 52%를 차지하는 수많은 강소기업(미텔슈탄트)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어 이들 기업의 부진은 독일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독일 대표 스포츠 브랜드인 아디다스는 러시아 제재조치에 올해 영업이익률 전망치를 이전 8.5∼9%에서 6.5∼7%로 하향 조정했다. 또 세 번째로 큰 시장인 러시아에서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 내년 러시아에 개장할 계획이던 매장 150개를 80개로 대폭 축소했다.

독일의 생활용품 제조업체 헨켈 또한 러시아와의 지정학적 긴장으로 올해 하반기 수익이 예상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간 유로존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해왔던 독일이 휘청거리면서 유로존 장기불황 및 디플레이션 우려도 고조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경기부양책 압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비관적인 독일의 성장 전망세에 유로존 주가도 출렁이고 있다. 실제로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일 종가보다 1.2%나 급락했다. 아울러 프랑스(-0.85%), 영국(-0.01%), 이탈리아(-0.22%)의 주가도 동반 하락하는 등 독일의 경제불안 우려가 유로존 전체에 확산되고 있음을 반증했다.

이에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은 오는 14일 발표되는 독일 및 유로존의 2분기 GDP 성장률 발표에 쏠려있다. 전문가들은 독일의 2분기 GDP 증가율이 2012년 이후 최악의 성적인 0.1%의 마이너스 성장을, 유로존의 2분기 GDP 성장률은 0.1%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