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 열풍, 유통업계에도 '솔솔'

2014-08-12 08:14
키덜트들도 '이순신 앓이'

현대아이파크백화점 토이앤하비 영공방 매장에서 고객들이 거북선과 판옥선 목재모형을 구경하고 있다. 


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 이순신 열풍이 유통업계에 불고 있다. 영화 '명량'이 지난 10일 개봉 12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다.

명량의 1000만 관객 돌파는 '괴물'이 세운 기록을 열흘 앞당긴 역대 최단 기록이다. 명량은 개봉 첫날 최대 관객을 끌어모은 데 이어 사상 처음으로 하루 관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현재까지 갈아치운 신기록만 10개가 넘는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영화관으로 이끈 명량 열풍은 유통업계까지 번지고 있다. 이순신 장군을 다룬 책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백화점과 온라인 쇼핑몰에도 관련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11일 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명량 개봉 이후 지난 6일까지 이순신, 명량 등의 검색어가 전주 대비 120% 증가했다. 명량으로 검색되는 상품이 도서와 입체퍼즐 등 100여개에 이른다.

이순신과 임진왜란 등 조선시대 역사문학 도서 상품 매출은 같은 기간 225% 증가했다. 최근 출간된 영화를 소설화한 김호경 작가의 명량과 이순신 장군의 전기 도서 등의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 출간된 지 2년이 지난 박은우 작가의 명량 1, 2(고즈넉)도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옥션 관계자는 "최근 종영한 역사 드라마 정도전, 영화 역린, 군도, 해적 등 조선시대 역사를 주제로 한 드라마나 영화가 인기를 얻으면서 작품 관련 책, DVD의 구매가 늘고 있다"며 "특히 역사 주제의 상품과 아동 교육 상품 등도 수혜를 얻어 비수기에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키덜트들 사이에서도 ‘이순신 바람'이 뜨겁다. 

이순신 장군의 무용담을 재현한 옥스퍼드 블록의 판매는 무려 60%나 늘었다. 이 블록은 임진왜란 당시의 다양한 전장의 모습을 담은 것으로 왜적의 침략을 담은 ‘장군성 대결투’, ‘장군성 방어전’, ‘학익진 전술을 묘사한 판옥선 출격’, 거북선 등으로 구성됐다. 이외에도 거북선과 판옥선을 만들 수 있는 입체퍼즐이나 나무 소재 조립키트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아이파크몰 역시 명량 개봉부터 지난 10일까지 거북선과 판옥선 목재모형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세배 이상 늘었다. 이순신 특수에 힘입어 거북선과 판옥선을 취급하는 목재모형 전문브랜드 ‘영공방’ 매출도 97.1% 신장했다.

이 매장에서는 미니어처와 50cm 크기의 거북선, 청동 대포 등 10여종의 이순신 관련 상품을 판매한다. 또 전기모터를 동력으로 노를 저어 물 위에 배를 띄어볼 수 있는 판옥선과 전시용 대형 거북선도 키덜트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아이파크백화점은 이순신 신드롬에 맞춰 31일까지 ‘이순신 특별전’를 진행한다. 이순신 관련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는 미니어처 거북선을 사은품으로 증정한다. 매장을 방문한 어린이들에게는 직접 조립해 볼 수 있는 체험 이벤트도 진행한다.

서일엽 아이파크백화점 마케팅 팀장은 "프라모델과 RC카 등에 비해 주목 받지 못하던 우리 역사 관련 목재모형물이 인기를 누리며 이순신 특수를 실감케 하고 있다"며 "키덜트족의 구매 뿐 아니라 자녀와 함께 영화를 본 부모들이 교육용으로 구입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한편, 명량의 흥행과 함께 광복절을 앞두고 애국심이 고취됨에 따라 태극기 판매도 같은 기간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년에는 삼일절과 이사 시즌이 있는 연초에 태극기 수요가 늘고 상반기 이후에는 다소 정체됐다. 하지만 올해는 비수기인 여름에 판매량이 증가해 명량의 흥행 특수를 누린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