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선영의 엔터생각] 예능, 케이블·종편 '맑음' vs 지상파 '흐림'

2014-08-05 18:03

[사진제공=tvN, JTBC]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최근 2년 사이 케이블과 종편의 파이가 점점 커지고 있다. 드라마를 연이어 성공시킨 케이블, 종편은 어느새 예능프로그램까지 영역을 넓히며 지상파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지상파 3사는 평일 밤 11시대 야심 차게 준비한 예능프로그램을 줄줄이 내놓고 있지만 성적은 그리 좋지 못하다. 오히려 시청자의 차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상황.

이효리와 문소리, 홍진경의 조합으로 화제를 모은 SBS '매직아이'는 방송 한 달째를 맞았지만 시청률은 3%대(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호동을 MC로 내세워 스타와 팬의 단체 팬미팅이란 콘셉트로 진행되고 있는 MBC '별바라기' 역시 KBS2 '해피투게더 시즌3'의 유재석과의 대결로 관심을 받았지만 지난 6월19일 첫 방송 당시 기록한 4.1%가 최고 시청률이었으며 2~3%대에 머무르는 등 고전 중이다.

밤 11시 방송되는 예능프로그램은 연예인 신변잡기식의 뻔한 토크쇼가 이어졌고 시청자의 리모컨은 어느새 신선함과 차별함을 내세운 케이블과 종편을 향하게 됐다.

대표적 예능은 단연 tvN의 '꽃보다' 시리즈. '꽃보다 할배'와 '꽃보다 누나'에 이은 '꽃보다 청춘'은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20년 지기 절친인 윤상 유희열 이적이 제작진의 몰래카메라에 속아 맨몸으로 떠나 페루 여행을 시작하기까지의 여정이 그려졌다. 많은 이들의 기대 속에 첫선을 보인 '꽃보다 청춘'은 한층 촘촘해진 웃음과 감동으로 대박을 예고했다. 4.018%의 시청률은 덤이었다.

남녀의 생각차를 재미있게 알아가는 '로맨스가 더 필요해'도 호평을 얻고 있다. SNS 대화로 남녀에게 적합한 대화 기술을 알려주는 '썸톡' 코너는 실제 스튜디오에서 남녀 MC들이 주제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답변 메시지를 보내고 남녀의 심리를 가장 잘 이해한 사람을 선정하는 방식. 요즘 유행하는 '썸'을 꿰뚫은 코너다.

케이블 채널은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라는 이유로 시청자에게 외면 받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상파 채널이 하지 못한 다양하고 과감한 시도를 멈추지 않았고 지금은 신선하고 건강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종편 중 가장 다양한 시도를 하는 곳은 JTBC다. 타 종편이 '떼 토크'를 이어가고 있는 동안 JTBC는 여러 포맷의 예능을 과감하게 기획했다. '마녀사냥'과 '비정상회담' 등 독특한 포맷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마녀사냥'은 지상파에서 쉽사리 할 수 없는 '19금 코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성 문제로 고민 중인 시청자들의 사연을 들어주는 '마녀사냥'에서 MC는 자신의 솔직한 생각과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고민이 있는 시청자 사연을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공감을 얻기 쉽고 게스트로 출연하는 연예인들의 화끈한 연애담과 이성관은 시청자의 구미를 당기기 충분했다.

요즘 가장 '핫한' 예능은 지상파, 케이블도 아닌 JTBC의 '비정상회담'이다. 능수능란하게 한국말을 구사하는 11명의 외국인은 화려한 입담과 뛰어난 예능감으로 폭소를 자아낸다. 간단한 의사소통을 넘어 깊이 있는 토론과 재치 있는 유머를 병행할 수 있는 한국어 구사 능력은 신기함을 넘어 함께 공감하는 시간을 만드는 힘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2.84%의 시청률은 그 인기를 입증했다.

시청자의 입맛은 갈수록 까다로워 지고 있다. 단순히 인기스타를 MC 전면에 내세운다거나 일차원적 웃음으로는 더이상 시청자의 리모컨을 붙들고 있을 수 없게 됐다. 지상파냐 혹은 케이블, 종편이냐의 문제는 시청자에게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저 공감과 감동이 동반된 예능프로그램이 인기와 시청률,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