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권오진 아빠학교 교장 "'아들, 출발'하면 끝"

2014-08-06 11:17

권오진 아빠학교 교장이 익살스런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재영 기자]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 “좋은 아빠는 친구 같은 아빠다.”

최근 아빠의 자녀 양육을 소재로 한 TV 예능프로그램이 봇물처럼 쏟아진다. 아빠 양육이 왜 이토록 관심을 끌까? 이 분야의 전문가로 정평이 난 권오진 아빠학교(cafe.naver.com/swdad) 교장은 역설적이게도 “요즘 최악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예전엔 아빠가 놀아주지 않아도 형이나 누나, 동생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엔 한자녀 가정이 많아 고립된 아이들이 많다. 아빠는 고된 직장일에 지쳐 자녀와 놀아주고 싶어도 그러지 못한다. 즉 아빠 양육이 매우 힘든 시기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권 교장은 아빠학교를 통해 아빠 학생들의 자녀 양육에 도움을 줄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해왔다. 피곤한 아빠들이 어렵지 않게 아이와 놀 수 있는 놀이들이 대표적이다. 권 교장은 “매일 1분 이상 아이와 놀아주면 누구나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세대 전에는 대가족이 많아 자녀가 저희끼리 부대끼며 느끼고 배웠다. 골목길에는 또래 아이들이 바글바글해 공기놀이, 축구, 야구를 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엔 자녀가 거의 한명뿐이니 아빠나 엄마가 놀아줄 수밖에 없는데 그마저도 인원이 적으니 재미가 없고 만족감도 작다.

권 교장은 아빠 양육의 중요성에 대해 "반찬도 골고루 먹어야 건강하듯이 엄마와 아빠의 공동양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면 아빠의 목소리는 중저음이라 아이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 훈육에도 고음인 엄마의 목소리보다 아빠의 단호한 목소리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또 맞벌이가 많다보니 엄마와 아빠의 양육이 따로 이뤄지는데, 엄마는 ‘된다’고 하고 아빠는 ‘안된다’는 식의 차이가 반복돼 아이의 가치관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다. 요즘 초등학생의 20~30%가 주의력 결핍이나 과잉행동 장애를 보이는데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빠학교의 시작은 1995년부터다. 처음엔 이웃 커뮤니티 개념이었다. 권 교장은 당시 유치원을 다니던 딸 친구의 아빠들과 교류하기 위해 이 모임을 만들었다. 그러다 두 가족, 세 가족 늘어나며 ‘아빠 추억만들기’라는 더 큰 모임이 됐다. 그것이 반응이 좋아 2005년엔 회원 수가 5000명에 달했다. 2009년에 지금의 네이버 카페인 ‘아빠학교’로 변경됐다.

권 교장은 "직장일에 버거운 아빠들이 아이들과 놀아주려면 요령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남자아이들은 한번 놀기 시작하면 멈출 줄 모른다. 그런 경우 아빠는 힘 안들이면서도 아이는 재밌게 놀 수 있는 일명 셀프놀이를 소개했다. 예를 들면 실내에서 하는 왕복달리기인데, 아빠는 처음 시범만 보이고 '자 아들아, 출발' 하면 된다. 베개 2개를 3미터 거리의 양쪽에 두고 왕복달리기를 시키는 것이다.

권 교장은 "아빠가 목소리를 크게 내며 호응해줘야 재미있어 한다"고 당부했다. 빈박스를 10개 정도 구해다 붙여서 터널을 만들어 주는 방법도 있다. 아이들은 터널에 들어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역시 아빠가 박스를 쳐주며 호응하면 더 좋아한다.

권 교장은 "‘바람과 해님’ 이야기에서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것은 결국 따뜻한 햇살을 지닌 해님"이라며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따뜻한 사랑을 줘야 더 잘 따른다"고 말했다. 권 교장은 이것을 ‘행복 양육법’이라고 정의했다. 놀이는 바로 이런 행복 양육법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권 교장에겐 대학교 4학년인 딸과 고3 아들이 있는데 지금도 딸 방에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사이가 좋단다. 권 교장은 "요즘엔 딸이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아빠가 마음대로 딸 방에 못 들어 간다"며 "아이들과 전국을 200번 이상 여행하는 등 함께 한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교장은 특히 아이들의 소질과 재능을 발견하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매달 ‘꿈점검표’를 작성하도록 시켰다. 매달 ‘커서 되고 싶은 사람’을 질문해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그래서 아들은 초등학교 때 바둑 아마추어 5단까지 올랐었고 딸은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일을 하고 싶어 했는데 지금도 시각디자인과를 다니고 있다.

끝으로 권 교장은 좋은 아빠는 친구 같은 아빠라고 한마디로 정리했다. 권 교장은 "잘 놀아주기만 해도 누구나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다"며 "하루에 1분 이상 아이와 놀이를 하든지, 대화를 하든지 지속적인 관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