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국내 건설사 시공능력의 기준이 되는 토목건축공사업 시공평가액 순위에서 5년 연속 1위를 지키던 현대건설을 밀어내고 삼성물산이 9년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현대엠코와 합병한 현대엔지니어링은 단숨에 10위로 뛰어올랐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토목건축공사업 시공순위는 삼성물산이 13조1208억원으로 1위에 올랐다.

삼성물산은 호주 로이힐 광산개발프로젝트, 중국 서안반도체 공장, 사우디아라비아 쿠라야 발전소 건립 등 대규모 해외공사 실적이 증가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 분야인 경영평가에서도 실적이 우수했다”며 “올해도 실적 증가세를 유지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건설(12조5666억원)은 2위로 하락했지만 시공평가액은 5000억원 이상 늘었다. 포스코건설은 9조22억원으로 두계단 상승하며 3위에 올랐다. 대림산업(8조3316억원)은 4위를 유지했고 대우건설(7조4901억원)은 3위에서 5위로 포스코건설과 자리를 바꿨다.

GS건설(6조4432·6위)과 롯데건설(4조9403억원·7위), SK건설(4조6150억원) 시공순위는 지난해와 같았다. 3조9669억원을 기록한 한화건설은 10위에서 9위로 한계단 상승했다.

특히 지난해 54위였던 현대엔지니어링(3조2139억원)은 올해 44계단이나 오른 10위에 올랐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지난 4월 현대엠코와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반영됐다”며 “회사 규모 확대에 따른 국내외 수주 확대, 우량 재무상태 등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플랜트 등이 주요 공종인 산업환경설비 시공순위는 현대건설(10조4852억원)이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서며 1위에 올랐다. 이어 현대중공업(8조9804억 원), 삼성물산(8조9764억원)이 각각 2·3위를 차지했다.

특히 산업환경설비 시공평가 총액은 약 116조2000억원으로 전년(108조1000억원) 대비 8조1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토목건축(212조7000억원)이 약 2조5000억원 줄어든 것과 대조된다.

국토부 건설경제과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토목건축 시공평가액이 건설사 시공능력 평가의 기준이었지만 플랜트 등 산업환경설비 분야 비중이 늘고 있는 것을 볼 때 관련 분야 발주 시 주요 판단 근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100위권 내 주요 순위 변동을 보면 주택사업 활약 여부가 상승세를 결정지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잇따라 분양을 완판한 호반건설은 지난해 24위에서 9계단 오른 15위에 안착했다. 임대주택 공급량이 많은 부영주택(16위)은 지난해 38계단 상승에 이어 올해도 15계단이나 상승했다. 중흥건설은 지난해 63위에서 올해 52위에 자리했다. 한림건설(58위)과 금강주택(76위) 등은 각각 42계단, 23계단 올랐다. 중흥토건(82위)·파라다이스글로벌(88위)·모아종합건설(90위) 등은 새로 100위권에 진입했다.

시공순위가 하락한 건설사는 자금난 또는 구조조정을 겪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최근 회생계획안 인가를 받은 쌍용건설(19위)과 워크아웃 중인 금호산업(20위)은 각각 3계단, 2계단씩 순위가 하락했다. 자금난인 동부건설과 워크아웃 경남기업은 각각 3계단, 5계단 하락한 25위, 26위에 자리했다. 지난해 1조원이 넘는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삼성엔지니어링은 시공순위도 11위에서 29위까지 미끄러졌다.

이밖에도 풍림산업(45위)·STX건설(48위)·동아건설산업(49위)·동양건설산업(63위)·이수건설(73위)·LIG건설(85위) 등 하락세도 두드러졌다.

한편 국토부는 시공평가 제도 개선을 위한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내년부터 달라진 기준을 적용할 예정이다. 일부 업체는 시공평가에 반영되는 공사실적·경영·기술능력·신인도평가액 반영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산업플랜트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토목건축 위주 순위 발표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