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예술인복지법, 무엇보다 ‘예술인 스스로’에 의한 제도가 되어야 한다
2014-07-20 12:06
예술인소셜유니온/문화연대
◆예술인복지법, 무엇보다 ‘예술인 스스로’에 의한 제도가 되어야 한다
- 정부의 예술인복지법 시행령 개정안에 부쳐
한 설치 예술 작가는 예술인복지법에 의한 예술인 등록을 위해 한 차례 곤혹을 치렀다. 과거의 예술활동 증명을 위해서는 도록 등 과거 전시를 증명할 수 있는 증빙자료를 첨부해야 했는데, 설치미술의 특징 상 별도의 도록이나 카탈로그 없이 인터넷 상의 기록만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동일한 작업을 했던 한 작가는 예술인 등록이 되었는데 반해, 이 작가는 심사에서 떨어졌다. 이 작가는 “도대체 뭐가 기준인지 모르겠다, 괜히 신청하려다 기분 만 상했다”고 말했다. 다른 영상 작가는 예술인복지재단이 최근에 마련한 긴급생활지원을 신청하려고 1달 넘게 관공서를 다니고 있다. 이유인 즉, 홀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는데 어머니 명의의 집이 재산으로 잡혀서 소위 부양자 재산 기준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결국 보유 재산을 상회하는 가계 부채가 있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은행 등을 다녀야 했다. 이 작가는 “뭐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것을 받는 게 쉽겠나”며 쓴 웃음을 지었다.
이처럼, 오랜 기간 예술인들의 생활지원 요구에 응답하여 만들어진 <예술인복지법>이 오히려 예술인의 현실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다는 비판은 법이 제정된 이후 지속적으로 거론되었던 문제점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밥 먹고 예술합시다’를 통해서 예술인에 대한 생활지원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최근 예술활동의 사회적 보상을 골자로 하는 ‘예술 노동’의 인정을 위해 애쓰고 있는 예술인소셜유니온은, 이런 이유로 ‘제정되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예술인들에게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그런 점에서 최근 문화부가 논란이 되었던 예술인자격인증과 관련된 심의기준을 조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마련한 것은 매우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한다. 개정안은 문학(기준 완화), 미술(증빙기준 확대), 영화(미개봉 활동 보장) 등 세부 장르별 기준을 현실에 맞게끔 수정했다. 이로 인해 각 장르의 세부 영역 별로 상이했던 예술활동의 내용이 포함될 수 있게 되었다.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왜 이런 문제가 생겨나는 걸까? 그것은 예술인복지제도를 도입한 문화부나 이를 집행하는 예술인 복지재단이 당대의 예술인 창작현실에 대해 잘 모른다는 데에서 찾아야 한다. 물론 각 장르별 당사자들이 포함된 복지재단 이사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복지제도가 필요한 대상은 이들과 같은 명망 있는 작가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예술인복지법 개정안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예술인 자격증명과 관련된 심의기구 구성의 권한이 기존의 재단에서 문화부로 옮겨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예술인소셜유니온의 입장이다. 사실 고용보험과 심의기준을 둘러싼 갈등은, 그 기준의 부적절함이 아니라 기준 자체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예술 환경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직성 때문이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현행 개정안은 심의위원회를 문화부가 재단에 설치하도록 했다. 심의위원회의 설치 권한을 ‘문화부장관’으로 하고(제2조2항), 이에 대한 세부구성의 기준을 문화부장관령으로 정한다고(제2조3항) 밝히고 있어 사실상 예술인 자격인증과 관련한 권한을 문화부가 직접 관할하는 형태가 되었다.
예술인소셜유니온은 문화부가 직접 심의위원회를 구성한다고 기존 심의기구의 경직성을 해소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어렵게 만들어 놓은 예술인복지재단의 문화부 종속이 심화될 것이다. 이미 문화부는 재단에 대한 부적절한 개입을 통해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이번 개정안은 아예 예술인복지기구로서 복지재단을 유명무실하게 만들 공산이 크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복지재단을 문화부의 여러 가지 산하기관 중 하나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명실상부한 예술인복지정책에 대한 민관거버넌스로 바꾸는 것이다. 그래서 적어도 예술인복지 정책과 관련해서는 복지재단을 정점으로 현장의 필요가 직접적으로 관철될 수 있도록 권한을 이양할 필요가 있다. 현행 복지재단에 대한 가장 큰 문제는, ‘거의 모든 현장의 문제를 접하면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데에는 한없이 무능한’ 그 구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예술인심의기준의 완화라고 포장된 이번 개정안은 어떤 면에서 예술인복지재단에 대한 문화부의 지배를 강화하려는 안을 관철시키기 위한 ‘눈속임’이 아닌가라는 의심이 든다. 문화부 입장에서는 오해라고 말할 법하다. 하지만 그간 문화부가 보인 행태를 보건데, 오해라고만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 예술인소셜유니온의 대답이다.
예술인소셜유니온은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 자격심의기준의 완화라면 정확하게 해당 내용만을 포함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심의위원회의 구성과 관련해서는 제대로 된 토론이나 논의조차 없지 않았나. 그러니 어떤 문화예술 거버넌스가 예술인복지에 합당한지는 다시 따져봐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예술인복지는 ‘예술인 스스로’의 기준이 가장 현실에 부합한다. 이 기준에서 심의위원회나 예술인복지재단에 대한 위상을 다시 확인하자.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문화부의 ‘생색 내기’용 산하 기관 하나가 아니다. 더욱이 그런 기구가 ‘문화적’일리는 단연코 없다. 그래서 이번 개정안에 대해 예술인소셜유니온은 반가운 마음에도 불구하고 박수를 아낄 수밖에 없다.
2014년 7월 20일
예술인소셜유니온/문화연대
- 정부의 예술인복지법 시행령 개정안에 부쳐
한 설치 예술 작가는 예술인복지법에 의한 예술인 등록을 위해 한 차례 곤혹을 치렀다. 과거의 예술활동 증명을 위해서는 도록 등 과거 전시를 증명할 수 있는 증빙자료를 첨부해야 했는데, 설치미술의 특징 상 별도의 도록이나 카탈로그 없이 인터넷 상의 기록만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동일한 작업을 했던 한 작가는 예술인 등록이 되었는데 반해, 이 작가는 심사에서 떨어졌다. 이 작가는 “도대체 뭐가 기준인지 모르겠다, 괜히 신청하려다 기분 만 상했다”고 말했다. 다른 영상 작가는 예술인복지재단이 최근에 마련한 긴급생활지원을 신청하려고 1달 넘게 관공서를 다니고 있다. 이유인 즉, 홀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는데 어머니 명의의 집이 재산으로 잡혀서 소위 부양자 재산 기준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결국 보유 재산을 상회하는 가계 부채가 있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은행 등을 다녀야 했다. 이 작가는 “뭐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것을 받는 게 쉽겠나”며 쓴 웃음을 지었다.
이처럼, 오랜 기간 예술인들의 생활지원 요구에 응답하여 만들어진 <예술인복지법>이 오히려 예술인의 현실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다는 비판은 법이 제정된 이후 지속적으로 거론되었던 문제점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밥 먹고 예술합시다’를 통해서 예술인에 대한 생활지원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최근 예술활동의 사회적 보상을 골자로 하는 ‘예술 노동’의 인정을 위해 애쓰고 있는 예술인소셜유니온은, 이런 이유로 ‘제정되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예술인들에게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그런 점에서 최근 문화부가 논란이 되었던 예술인자격인증과 관련된 심의기준을 조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마련한 것은 매우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한다. 개정안은 문학(기준 완화), 미술(증빙기준 확대), 영화(미개봉 활동 보장) 등 세부 장르별 기준을 현실에 맞게끔 수정했다. 이로 인해 각 장르의 세부 영역 별로 상이했던 예술활동의 내용이 포함될 수 있게 되었다.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왜 이런 문제가 생겨나는 걸까? 그것은 예술인복지제도를 도입한 문화부나 이를 집행하는 예술인 복지재단이 당대의 예술인 창작현실에 대해 잘 모른다는 데에서 찾아야 한다. 물론 각 장르별 당사자들이 포함된 복지재단 이사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복지제도가 필요한 대상은 이들과 같은 명망 있는 작가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예술인복지법 개정안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예술인 자격증명과 관련된 심의기구 구성의 권한이 기존의 재단에서 문화부로 옮겨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예술인소셜유니온의 입장이다. 사실 고용보험과 심의기준을 둘러싼 갈등은, 그 기준의 부적절함이 아니라 기준 자체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예술 환경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직성 때문이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현행 개정안은 심의위원회를 문화부가 재단에 설치하도록 했다. 심의위원회의 설치 권한을 ‘문화부장관’으로 하고(제2조2항), 이에 대한 세부구성의 기준을 문화부장관령으로 정한다고(제2조3항) 밝히고 있어 사실상 예술인 자격인증과 관련한 권한을 문화부가 직접 관할하는 형태가 되었다.
예술인소셜유니온은 문화부가 직접 심의위원회를 구성한다고 기존 심의기구의 경직성을 해소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어렵게 만들어 놓은 예술인복지재단의 문화부 종속이 심화될 것이다. 이미 문화부는 재단에 대한 부적절한 개입을 통해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이번 개정안은 아예 예술인복지기구로서 복지재단을 유명무실하게 만들 공산이 크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복지재단을 문화부의 여러 가지 산하기관 중 하나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명실상부한 예술인복지정책에 대한 민관거버넌스로 바꾸는 것이다. 그래서 적어도 예술인복지 정책과 관련해서는 복지재단을 정점으로 현장의 필요가 직접적으로 관철될 수 있도록 권한을 이양할 필요가 있다. 현행 복지재단에 대한 가장 큰 문제는, ‘거의 모든 현장의 문제를 접하면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데에는 한없이 무능한’ 그 구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예술인심의기준의 완화라고 포장된 이번 개정안은 어떤 면에서 예술인복지재단에 대한 문화부의 지배를 강화하려는 안을 관철시키기 위한 ‘눈속임’이 아닌가라는 의심이 든다. 문화부 입장에서는 오해라고 말할 법하다. 하지만 그간 문화부가 보인 행태를 보건데, 오해라고만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 예술인소셜유니온의 대답이다.
예술인소셜유니온은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 자격심의기준의 완화라면 정확하게 해당 내용만을 포함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심의위원회의 구성과 관련해서는 제대로 된 토론이나 논의조차 없지 않았나. 그러니 어떤 문화예술 거버넌스가 예술인복지에 합당한지는 다시 따져봐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예술인복지는 ‘예술인 스스로’의 기준이 가장 현실에 부합한다. 이 기준에서 심의위원회나 예술인복지재단에 대한 위상을 다시 확인하자.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문화부의 ‘생색 내기’용 산하 기관 하나가 아니다. 더욱이 그런 기구가 ‘문화적’일리는 단연코 없다. 그래서 이번 개정안에 대해 예술인소셜유니온은 반가운 마음에도 불구하고 박수를 아낄 수밖에 없다.
2014년 7월 20일
예술인소셜유니온/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