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선 격전지③-수원정(영통)]외지인들의 전쟁터…임태희 인물론 VS 박광온·천호선 ‘야권연대’ 변수
2014-07-17 23:09
MB맨 이미지 벗고 '경제 정책' 대결 주력…평균연령 32세 "야권 지지 세력 탄탄"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전 의원이 내리 3선을 지냈을 정도로 야당 지지세가 강한 이곳에, 지역 연고가 없는 외지인들이 대거 출마에 나섰다.
새누리당은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인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새정치연합은 MBC 앵커 출신인 박광온 전 대변인을 각각 전략공천했다. 여기에 젊은층에서 인기가 높은 정의당 천호선 대표까지 가세하면서 3파전 양상을 띄고 있다.
비록 야성이 강한 곳이지만, 선거 초반인 현재 인지도 면에서 다소 앞서는 임태희 후보의 우세가 점쳐진다. 이로 인해 박광온-천호선 후보를 주축으로 나머지 김식(통합진보당), 정진우(노동당)까지 아우르는 야권 단일화가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당장은 야권 연대 고민은 뒤로 한 채, 각 후보들은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7일 저마다 '필승'을 다짐하며 주력 공략층을 찾았다.
임태희 후보는 전날부터 시작된 수도권 광역 버스 입석 금지 조치에 따른 실태 파악을 위해 강남행 광역 버스에 탑승해 시민들을 만났다. 그는 "정부와 버스 회사가 대안을 충분하게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시행하면서 혼란이 가중됐다"며 2층 버스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30~40대 서울 출근 직장인들을 향해 "국회에 입성하면 관련 예산을 확보해 바로 추진하겠다"며 표심을 공략했다.
상대적으로 젊은층 보다는 지지도가 높은 40~50대이상 유권자들의 스킨십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임 후보는 이날 영통에서 유일한 재래시장인 매탄시장을 찾아 상인들의 고충을 들었다.
임 후보는 최근 삼성전자 등 대기업 이전과 광교신도시 건설 등 주민들의 경제·문화인프라 수요가 증가하는 영통에서 '큰 인물론' '경제 전문가'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전략이다. 새누리당도 여의도 연구소장,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 노동부 장관을 두루 역임한 3선의 중진급 인물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그가 바라던 평택을 대신 영통행을 주문했다.
임 후보에 비해 정치 경력은 부족하지만 상대적으로 참신한 새정치연합 박광온 후보는 'MB맨'으로 불리는 임 후보를 향해 날을 세우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야권연대가 주목되는 지역의 대표적인 야권 주자인만큼 영통 내 젊은 표심 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날 박광온 후보는 영통 고가도로 인근에서 출근 인사를 하며 젊은층에 지지를 호소했다. 아울러 M버스(좌석제 광역 버스) 노선을 대거 증설하겠다는 공약 발표와 함께 영통구청사거리 퇴근 인사를 하는 등 출퇴근길 2040세대 표심 얻기에 집중했다.
삼성에 근무하고 있다는 한 30대 직장인은 "영통에는 삼성기술센터를 비롯해 삼성전기, 삼성디지털시티 등 삼성 계열사가 많고 경희대와 경기대 등 젊은층이 확실히 많은 지역"이라며 젊은 표심이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누리당 임 후보와 새정치연합 박 후보 간 양자대결 구도 속에서 정의당 천호선 후보가 얼마나 표를 잠식할 지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중앙일보 여론조사팀과 여론 조사기관 ‘엠브레인’이 10~15일 수원병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임 후보는 33.7%의 지지율로 박 후보(21.5%)를 많이 앞섰다. 그러나 천 후보 지지율은 7.3%로 나타나는 등 만만찮은 인지도를 갖고 있어 야권 표밭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이 지역에서도 서울 동작을과 마찬가지로 막판에 극적인 야권연대가 이뤄질 지가 관전포인트다.
이날 영통의 한 대형마트 앞에서 유세전을 펼친 천 후보는 야권연대에 대해 "정의당이 국회에 1석이라도 나가는 것이 정치 개혁"이라며 사실상 자신을 중심으로 한 야권 단일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앞서 출마 기자회견에서 "야권연대를 공식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에 제안했는데 아무런 답변이 없다"며 "(야권연대를) 이루지 못해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새정치연합이 져야 한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원 영통에서 정의당의 6·4 지방선거 광역의원 비례대표 득표율이 4.68%에 그쳤다. 천 후보의 득표율이 이보다 다소 높아져도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간 '빅2 대결'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회의론도 나온다.
여기에 그간 영통 표밭을 다졌던 김진표 전 의원이 박광온 후보에 전폭적인 지원을 할 지도 변수다. 지난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남경필 지사에서 석패했지만, 영통에선 김 전 의원(58.28%)이 16%포인트 가량 남 지사(41.71%)를 앞섰다. 이는 김 전 의원의 조직력이 그만큼 탄탄하다는 것으로, 야권연대 없이도 박 후보가 이런 조직력을 등에 업는다면 임 후보와 박빙의 승부도 예상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