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god, 12년 만에 지킨 ‘하늘색 약속’…우리는 영원히 하나

2014-07-13 15:14

god 콘서트 [사진 제공=싸이더스HQ]

아주경제 국지은 기자= 12일 서울 잠실역이 하늘색으로 물들었다. 지하철 출구에는 하늘색 야광봉을 사고 파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저녁 8시 공연이었지만 오후 3~4시부터 청색 풍선을 들고 우비를 입은 팬들이 주변을 가득 메웠다. 12년 전 1세대 아이돌의 왕성했던 풍경이 2014년 그대로 재현됐다.

이날 그룹 지오디(god·윤계상, 손호영, 데니안, 박준형, 김태우) 15주년 기념 콘서트가 잠실 종합운동장 내 보조경기장에서 열렸다.

초등학생에서 어른이 된 팬들은 늦게나마 약속을 지켜준 오빠들에 대한 고마움을 “돌아와 줘서 고맙다”는 문구로 대신했다. god는 오랫동안 변치 않은 팬들의 기다림에 답하기 위해 3시간 동안의 무대로 마음을 대변했다.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듯 무대 양쪽에는 시계들로 장식됐고 은은한 푸른 불빛은 과거의 향수를 자극했다.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와 함께 전광판에는 1991년 데뷔, 2006년 해체, 2014년 재회까지의 여정을 보여주는 영상이 팬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영상이 끝나고 지난 5월 공개된 선공개곡 ‘미운오리새끼’의 반주가 흘러나왔다. 음원차트를 점령하며 건재함을 알린 노래가 god의 등장에 함께했다.

중년이 된 god는 과거의 패기와 체력보다는 능숙함으로 1만 4000여 관객을 사로잡았다. 자연스럽게 박수를 의도하고 자리에서 일어나게 하는 유연한 무대매너는 아이돌 조상다운 ‘조련’ 솜씨였다.
 

god 콘서트[사진 제공=싸이더스HQ]

중심축이 된 김태우의 보컬은 연기 활동으로 다소 무뎌진 다른 멤버들의 빈자리를 확실히 채웠다.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애드리브와 안정된 고음은 감상 콘서트로 만들기 충분했다.

박준형의 입담은 토크쇼 못지않은 재미를 줬고 손호영과 데니안, 윤계상의 비주얼과 춤솜씨는 눈을 즐겁게 했다.

다섯 남자의 조화와 더불어 수많은 히트곡은 화려한 무대장치나 독특한 구성이 없이도 탄탄한 짜임을 만들었다. 지난 8일 공개된 정규 8집 ‘챕터 8(Chapter 8)’ 수록곡을 비롯해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어머님께’ ‘애수’ ‘프라이데이트 나이트(Friday Night)’ ‘모르죠’ ‘왜’ 등이 울려퍼졌다.

10여년이 지난 노래지만 여전히 들어도 좋은 음악들은 god가 걸어온 15년보다 미래를 기대하게 하고, 녹슬지 않은 팀워크는 “헤어짐이란 없다”라는 그들의 말을 신뢰하게 했다.

다시 뭉친 중년 아이돌 god가 노년이 돼서도 하늘색 물결을 만드는 훗날이 그려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