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정체·후계구도 막막…경영공백 해결책 마련에 고심

2014-07-13 09:10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SK와 한화, CJ, 효성 등 총수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는 대기업 계열사들의 경영 실적은 사실상 정체 상태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기업 고위 임원은 “전문 경영인에 의해 현 상황을 그럭저럭 극복해가고 있지만 그 다음이 문제”라며, “그룹의 미래를 그려나갈 신규 투자는 전문 경영인 단독으로 결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에는 오너만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있기 마련"이라며 "오너의 정신적인 영향력은 해당 기업에 있어 눈으로 보이는 수치 그 이상의 가치가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SK그룹은 하이닉스 인수로 석유화학과 통신, 반도체라는 3대 핵심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섬유업체로 시작한 SK그룹은 선대 회장인 고 최종현 명예회장에 이어 최태원 회장에 이르기까지 오너의 결단을 통해 이뤄낸 굵직한 인수·합병(M&A) 전략으로 현재의 그룹의 위상을 키워냈다. 이러한 SK그룹은 아니러니하게도 최 회장의 구속 수감 이후 3대 포트폴리오 가운데 유화와 통신 사업의 실적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이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반도체, 특히 메모리 반도체는 경기의 부침이 심하기 때문이다. 이는 빠른 시일 내에 다른 계열사들의 실적 향상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유화와 통신 모두 최 회장의 구속수감 이후 투자가 중단됐다.

최 회장이 주도했던 중남미 자원개발사업과 동남아 등 신흥시장 통신사업권 획득을 위한 노력이 추진 동력을 잃은 가운데, SK E&S와 SK텔레콤이 각각 추진하던 STX에너지·ADT캡스 인수합병을 모두 중간에 포기했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건강을 어느 정도 회복하고 최근 들어 법원이 부과한 사회봉사명령을 이행하는 등 시점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경영일선 복귀를 조금씩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해왔던 한화그룹의 글로벌 사업은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 이라크에서 80억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수주고를 올렸던 한화는 이 여세를 몰아 이라크 정부와 발전소, 정유시설, 태양광, 학교시설, 주요 관거시설 등 총 200억달러 규모의 추가 수주를 논의해 왔다. 하지만 김 회장의 공백으로 인해 협의가 중단된데다 경쟁사들의 견제도 심해 자칫 기회를 날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불거지고 있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이 구속된 뒤 해외사업은 사실상 마비됐다. CJ제일제당은 라이신 분야 중국 업체와의 인수 협상 중단, 중국과 베트남에서 추진하던 사료사업 지연 등이 회사에 치명적으로 작용했으며, 대한통운의 글로벌 물류업체 인수 협상 중단, CJ프레시웨이의 미국과 베트남 현지 유통망 인수 보류 등 모든 것이 중단됐다. 특히 이 회장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구성된 비상경영위원회조차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효성그룹은 지난 9일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조석래 회장과 이상운 부회장의 대표이사직 해임 권고안을 받으며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조 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효성그룹 계열사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와 '주식회사 신동진'의 최현태 대표를 특정경제가중처벌법의 업무상 배임과 횡령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는 등 3형제들간 경영권 다툼까지 번지고 있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 3형제간 갈등을 풀기 위해 병석인 조 회장이 직접 나서려하고 있으나 원만한 해결은 사실상 요원한 상태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공백으로 인한 문제점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부진 개선 대책, 이미 추진중인 사업구조개편과 경영권 후계구도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관건이다. 이 회장은 삼성그룹의 미래를 내다보고 “비행기가 뜨려면 1분 이내로 1만m(3만3000피트) 상공으로 올라야지 중간에 멈추면 폭발하거나 주저 않는다”는 마하경영을 강력히 설파해 왔다. 앞으로 이 회장의 생각을 어떻게 구현하느냐가 삼성그룹의 새로운 도약의 실마리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들이 부재한 상황에서 신사업에 대한 도전을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해당 기업 모두 후계구도가 명확치 않아 심리적 불안감도 클 수 밖에 없다”며 “단기간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은 하루라도 빨리 오너들이 경영일선에 복귀하는 것이지만, 현재로서는 쉽지 않아 걱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