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현대중공업이 중동에서 2조원 이상 초대형 해양플랜트 수주 계약 체결을 눈 앞에 두고 있다.

2조원이 넘는 대규모 단일 프로젝트 수주는 올 들어 처음으로, 현대중공업도 지난해 이후 1년여 만에 거둔 성과다. 특히 지난 2012년 다 잡은 40억 달러 규모의 어퍼자쿰 프로젝트를 눈 앞에서 놓친 현대중공업은 이번 계역으로 현지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중동지역 플랜트 전문매체인 미드(MEED) 보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북서쪽 131km 해상에 위치한 나스르 유전 개발을 위한 총 20억달러 규모의 패키지2 프로젝트를 사실상 수주했다. 본 계약 체결 절차가 남아 있지만 현대중공업의 수주는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측은 “아직 협상이 진행중이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패키지2 프로젝트에 미국의 엔지니어링 업체인 KBR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프로젝트 운용사인 아부다비 마린 오퍼레이팅 컴퍼니(Adma-Opco)로부터 설계, 조달, 시공 등을 통합 진행하는 EPC방식으로 계약을 따냈다.

이번 프로젝트는 사브(Sarb)와 움 알-루루 유전을 포함해 Adma-Opco가 추진하고 있는 나스르 유전내 원유생산능력 확장 프로그램을 위한 두 번째 패키지 플랜트로, 나스르 유전 현장에 3개의 원유 처리 플랫폼과 관련 시설을 건설한다.

지난 2월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진행해 다수의 업체들이 참여했으며, 5월 현대중공업·KBR 컨소시엄이 대우조선해양과 현대건설·삼성중공업 컨소시엄, 아부다비 국영석유건설사(NPCC)보다 경쟁력 있는 입찰서를 제출해 2개월 여 동안 잔여 협상을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Adma-Opco는 패키지1 건설 입찰도 진행중인데, 아직 최종 수주업체는 발표하지 않았다. 나스르 유전에서 생산한 원유를 끌어올 파이프라인과 관련 시설을 건설하는 패키지 1에는 한국과 미국, 두바이 현지 업체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공사 규모는 8억5000만달러로 알려졌다.

이번 수주로 현대중공업은 상반기 내내 지속돼온 수주 가뭄을 한 번에 풀어낼 수 있을 전망이다. 6월말 현재 현대중공업의 해양플랜트 수주액은 10억달러로 목표액 69억달러에 훨씬 못 미쳤다. 하지만 7월 들어 헤스E&P말레이시아로부터 7억달러 규모의 가스중앙처리플랫폼 1기와 생산플랫폼 1기에 대한 수주합의서(LOA)를 접수한 데 이어 이번 나사르 유전 개발 프로젝트까지 사실상 수주를 확정해 최종 계약서에 서명하면 수주고는 단숨에 37억달러에 달하게 된다. 현재 추진중인 다른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한다면 연간 수주 목표 달성도 가능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이 한국 기업들이 장기간 수주를 못했던 아부다비 해양플랜트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길을 열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2년 40억달러 규모의 어퍼자쿰 유전 프로젝트에서 최저가 입찰자로 선정됐으나 영국 페트로팍 컨소시엄에 밀려 수주가 무산된 바 있다. 이번 수주는 당시의 아픔을 딛는 성과이며, 현지에서 발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다수의 원유 생산 확장 프로그램 입찰에서 현대중공업이 유리한 위치를 점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Adma-Opco은 나스르와 사브, 움 알-루루 등의 해상 유전 원유 생산 확장 프로젝트를 통해 오는 2020년까지 이들 해상유전에서 하루 4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Adma-Opco는 아부다비 국영 석유그룹 애드녹(Adnoc)과 영국의 BP, 프랑스 토탈 일본 원유개발공사(Jodco)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